70년 전 발생한 ‘제주 4·3’의 본질은 복잡하지 않다. 주권을 위임 받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첫 절차인 1948년 5·10 총선을 저지하기 위해 남조선노동당이 투쟁에 나섰고, 제주에서 군·경이 밀려 무정부 상태가 빚어졌으며,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많은 민간인까지 희생된 불행한 사건이다. 제주에선 총선거가 실시되지 못해 제헌의회는 제주지역 의석 두 개를 비워둔 채 198명의 국회의원으로 출범해야 했다. 정부도 없던 건국 혼란기에 발생한 비극으로서 무고한 희생자들을 추념해야 하지만, 남로당(南勞黨)의 대한민국 파괴 투쟁임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정부도 4월 3일을 ‘희생자 추념일’로 지정해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 이런 자명한 본질을 왜곡하고, 심지어 오늘날 계승해야 할 ‘민중항쟁’으로 미화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자긍심을 드높여야 할 국립 대한민국현대사박물관이 4·3을 남로당 시각에서 설명하는 듯한 전시회를 지난 달 30일부터 열고 있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다. 희생자의 비극과 유족을 아픔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고 하나, 남로당 인민유격대가 만들어 배포한 ‘무장대의 호소문’을 대표 전시물로 내세우고, ‘무장투쟁을 결행했다’는 등의 전시 표현 양식을 보면, 반(反)대한민국 반란 집단의 입장에서 조명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또, 1층 영상실의 슬라이드 영상의 50여 점 그림과 해설은 점령군인 미군에 맞선 항쟁의 시각에서 묘사하고 있다.

이제 4·3의 불행했던 상처를 최대한 치유해야 할 때다. 그런데 ‘진보 정권’ 집권을 계기로 수상한 조짐이 강화되고 있는 것 같다. 일부 시민·노동단체는 4·3을 민중항쟁으로 규정하고, 그 정신을 계승해 투쟁하자고 외치고 있다. 지난 31일 제주도에서 열린 ‘4·3 민중항쟁 70주년 정신계승 범국민대회’는 ‘4·3 민중항쟁은 제주 민중이 미 군정과 이승만 정권의 남한 단독 선거, 단독 정부 수립 반대와 민족의 통일 독립, 새로운 사회 건설을 열망하며 시작된 노동자 민중의 자주적 투쟁’이라 주장했다. 오는 7일엔 서울 광화문에서 ‘4·3항쟁 70주년 광화문 국민 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며, 이날 ‘4·3 학살을 사과하라’는 서한을 미 대사관에 전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와중에 국립 기관이 이런 주장에 동조하고 부추기는 듯한 전시회를 열고 있으니, 어처구니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