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북 익산 쌍릉 중 대왕릉 모습.

백제 왕릉급 무덤으로 밝혀져
현실규모 최대·판축기법 조성
‘묻힌 사람’ 학계 의견은 갈려

전북 익산의 백제 고분인 쌍릉(雙陵, 사적 제97호)에는 향가 ‘서동요’ 속 백제 무왕과 선화공주가 진짜로 묻혀 있을까. 문화재청(청장 김종진)과 익산시가 ‘백제왕도 핵심유적 보존·관리사업’의 하나로 지난해 8월부터 쌍릉에 대한 발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왕릉급 무덤으로서의 전모가 점차 밝혀져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쌍릉 피장자에 관한 통설은 부여에서 익산으로 천도를 추진한 무왕(재위 600∼641)과 부인인 선화공주가 묻혀 있다는 것이다. 쌍릉 중 대왕묘는 무왕, 소왕묘는 선화공주의 무덤으로 알려졌다.

2일 문화재청은 2기 묘가 나란히 있는 익산 쌍릉에서 전형적인 백제 사비기 굴식돌방무덤과 현실 안에서 인골을 담은 나무상자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직경 약 25m, 높이 5m 내외의 봉토분인 대왕릉은 입구가 중앙에 있으며, 단면육각형의 현실(玄室, 관이 안치된 방)로 축조된 백제 사비기의 굴식돌방무덤(횡혈식 석실분)으로 확인됐다.

현실의 규모(길이 378㎝, 너비 176㎝, 높이 225㎝)는 부여 능산리 왕릉군 중 가장 규모가 크다고 알려진 동하총의 현실(길이 327㎝, 너비 152㎝, 높이 195㎝)보다도 더 크다. 특히 현재까지 조사된 사비기 백제의 왕릉급 무덤으로는 처음으로 판축(版築, 흙을 다지는 공사) 기법을 사용하여 봉분을 조성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현실에서는 인골이 담긴 나무상자가 발견됐으며 이는 1917년 일제강점기 조사 시, 발견된 피장자의 인골을 수습해 봉안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과학적 조사를 통해 최종 분석결과가 나오면 피장자에 대한 더 구체적인 정보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학계에서는 그동안 피장자에 대한 논란이 분분했다. 2016년 국립전주박물관 조사에서는 대왕릉에서 출토된 여성의 치아와 수습된 토기가 신라계 토기라고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당시 학계에서는 대왕릉의 피장자가 무왕이 아닌 무왕의 아내인 신라 선화공주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추가 발굴조사와 석재, 인골 등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익산 쌍릉의 성격을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관이 안치됐던 현실. 문화재청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