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으로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던 독수리·키리졸브 한·미(韓美)연합군사훈련이 오는 1일 공식 시작된다. 그런데 한·미 안보동맹의 핵심 축인 연합훈련이 무슨 ‘잘못된 일’이기라도 한 것처럼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군 당국은 예년 수준이라고 주장하지만, 황당한 궤변이다. 독수리 연습 기간은 지난해 2개월에서 올해 1개월로 단축됐고, 핵 추진 항공모함 등 미국의 전략자산도 이번 훈련 기간 한반도에 전개되지 않는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심각한 문제인데, 훈련의 막이 오름에도 정부와 군 당국이 가급적 쉬쉬하는 바람에 일반 국민은 훈련을 하는지도 모를 정도다. 실제로 당국자들은 4·27 남북 정상회담을 의식한 ‘로키(low-key)’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런 접근은 잘못이다. 오히려 훈련을 더 당당히 진행해야 한다. 강력한 억지력의 과시가 북한 김정은에게 더 진지하게 회담에 응하게 하는 ‘협상력 제고’ 효과를 발휘한다. 올림픽으로 연기되면서 세계 관심이 더 집중된 훈련이다. 정례적 방어훈련까지 ‘도둑질하듯’ 한다면 세계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보겠는가. 훈련의 정당성을 스스로 허물고, 북한의 미군 철수 주장을 결과적으로 돕는 상황도 자초한다. 이미 일각에선 훈련 영구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 등 북한 주장을 복창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과시보다는 실질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사시 상대를 초토화할 수 있는 강력한 무력과 의지의 과시는 그 자체로 평화를 수호하는 효과를 낳는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다. 군사훈련까지 줄여 대화를 ‘구걸’한다면, 올바르고 지속 가능한 합의가 나올 수 없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하는 일이 중요하다. 정부와 군 당국은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북한에도 안보 태세를 과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