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남교육감賞 박시연 양

안녕하세요. 아빠 딸 박시연이에요.

이렇게 아빠한테 편지 쓰는 것이 유치원 때 이후 처음인 것 같아 조금은 쑥스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이에요. 하지만 그때도 지금도 아빠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한 개도 변한 게 없다는 거 알고 계시죠?

제가 벌써 열한 살이에요. 언젠가 아빠가 제 키를 보시고 “정말 많이 컸구나”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 저는요 키만 그렇게 많이 큰 게 아니고 제 맘은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이 쑥쑥 컸답니다. 그런데 아빠는 그런 저의 큰마음을 몰라주시고 항상 어린아이처럼 대하시는 것이 싫었어요.

또, 막상 동생이랑 놀다가 다투는 일이 생기면 “누나인 네가 더 동생을 생각하고 양보해 주어야 하지 않니?”라고 하시는 아빠가 이상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예전에 TV를 보면서 저와 비슷한데 조금 다른 장면을 보게 되었어요.

나이가 87세 할아버지가 63세 아들의 잘못을 꾸짖으시고 계시지만 나중에는 눈물을 흘리시며, 아들을 걱정하시는 인터뷰를 하시더라고요.

우리 아빠도 그 할아버지 같은 마음이실까? 그런 생각에 아빠께 너무 많이 죄송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답니다. 동생 성우를 경쟁상대로 생각한 적이 많아 매번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그러지 않을게요.

저는요. 아빠가 우리를 생각하면서 인터뷰하시던 할아버지처럼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이 아닌, 너무 좋아서 하하하∼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 행복하다.’ 아빠 저는요, 항상 우리 가족을 위해 노력하시는 우리 아빠가 자랑스럽다고 생각해요.

지금 저의 키는 무척 크지만 그만큼 마음도 아주 크다는 것을 아빠가 잘 모르시는 것 같아 앞으로는 아빠께 조금씩 조금씩 보여드릴 거예요. 아빠의 웃으시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말이에요.

이 편지를 쓰면서 아빠에 대해 정말 오래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것 또한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우리 아빠인데 제가 생각 안 하면 누가 하겠어요∼ 그렇죠? 오늘 하루도 파이팅하세요∼.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