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명에 총 1930억원 지급
왕실에 대한 불만 무마책
빈 살만 왕세자 건의 수용

‘큰손’으로 유명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해외에서 공부 중인 자국 유학생들에게 1인당 2000달러(약 215만 원)의 장학금을 주기로 결정했다.

28일 아랍뉴스에 따르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이날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유학생들에게 ‘특별 용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사우디의 국비 유학생은 약 9만 명 정도로 집계되며, 국비 유학생을 기준으로 2000달러를 지급할 경우 총 1억8000만 달러(193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어간다.

살만 국왕은 “이번 조치가 빈 살만 왕세자의 강력한 건의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외에도 일정 자격을 갖춘 국비 또는 자비 유학생에게 장학금을 확대해 달라고 건의했고 살만 국왕은 이를 승인했다. 지난 1월 사우디 정부는 해외 유학생에게 지급하는 국비 장학금을 10% 올리기로 결정한 바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빈 살만 왕세자의 이 같은 정책 행보는 20대 젊은층의 지지를 확대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올해 32세인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11월 대규모 숙청을 통해 사우디의 실세로 떠오른 뒤, 기득권과 보수 종교세력에 각을 세우는 대신 일련의 개혁 정책을 통해 사우디 젊은이들 사이에 ‘계몽 군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맥락에서 유학생 특별 지원 등을 통해 사우디 국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25세 이하 젊은층으로부터 지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사우디 왕실은 지난 2014년 중반부터 시작된 저유가로 국가 재정 수입이 줄어들자 에너지 보조금을 축소하는 등 복지 혜택을 줄이면서 왕실에 대한 불만이 고조돼 왔다. 실제 사우디 왕실은 2016년부터 국가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해외 유학생에 대한 국비 지원을 제한한 바 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