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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봉선 前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양지회 회장

북한의 비핵화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북한이 20여 년간 핵 문제로 각종 회담을 해왔지만, 실질적으로 우리가 바라는 비핵화는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 김정은의 이번 25∼28일 중국 방문도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가 핵심 의제인 만큼 중국 측과 사전 조율 관련성이 크다. 최근의 갤럽 여론조사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64%나 나왔다. 여전히 국민은 북한은 못 믿을 존재라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는 평화 분위기를 띄우고 있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회담 시작부터 김정은은 3월 초 우리 대표단에 한반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거짓말을 했다. 김일성은 6·25 남침 전쟁을 휴전으로 끝낸 후 “우리가 핵무기가 있었으면 전쟁에 승리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하는 말을 했다. 북한은 와신상담 끝에 1960년대부터 옛 소련으로부터 5MW 원자로를 들여다 핵 개발을 완성했다.

북한은 지난 25년간 여러 차례 비핵화를 공언했으나 ‘검증’ 단계에서 협상 폐기를 반복하는 등 신뢰가 전혀 없다. 북한이 이번 회담을 하려는 속내는 제재와 경제난을 모면하려는 위기 탈출 의도가 짙어 보인다. 미국 정부와 직접 대화 채널이 있음에도 굳이 한국 정부를 끼운 것은 현 정부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세력이기 때문에 회담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김정은의 내부지시문에 실린 ‘미제(미국)와는 대화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남조선도 중계자 역할을 할 게 아니다’ ‘우리(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인정하지 않는 세력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석연치 않다.

최근의 북한 상황은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이 2년 이상 계속되고 있어 경제가 재앙 수준이다. 김정은으로서는 이를 막지 않으면 안 되는 화급한 처지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북한의 대외무역이 무역 봉쇄 수준으로 축소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對中) 수출은 16억5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전년에 비해 37%나 감소했다. 또한, 무역 적자의 증가로 김정은의 통치자금 ‘궁정경제’의 핵인 외환보유액은 10억 달러 이하로 급감하고 있다.

북한의 외환 고갈은 경제 악화로 이어져 산업 생산 저하, 시장 축소, 주민 생활의 악화가 극도에 이르러 궁정경제 운영 돈줄이 꽉 막혀 버렸다. 궁정경제 주도 기관인 39호실 산하 총국 8곳이 거의 폐쇄 수준으로 외화벌이 활동이 중단 상태여서 통치자금이 바닥에 이르고 있다. 특히, 중국 당국은 최근 북한과 무역하는 자국 업체들을 조사하고 세무조사까지 하고 있다. 북한 무역회사는 물론 북·중 무역에 종사하는 중국 무역회사들도 처벌되기 때문에 무역 거래가 완전히 멈췄다.

중국은 북한 무역일꾼들과 파견 나온 근로자들의 체류 비자를 연장해 주지 않고, 신규 비자 발급도 중단하고 있다. 북한은 1990년대 초부터는 전력 대신 무연탄을 제공하는 대신 연간 원유를 공급받아 왔다. 북한에서 사용되는 원유량의 80∼90%는 중국에서 반입된다. 나머지는 러시아와 이란 등 중동 국가에서 반입된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반입량이 연 50만t에 불과해 이전의 10% 수준이다. 북한의 모든 공장 기업소들과 군부대들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다. 게다가 비축 식량마저 바닥나고 있어 보위부, 안전부, 군수공장조차도 배급이 절반으로 줄었다.

이러한 내부 위기 탈출용으로 김정은이 대화에 나선다면 비핵화는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미 국무장관 지명자 등 대북 강경파들은 결코 김정은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회담 실패 시 한반도가 또다시 위기로 급전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