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으로 수십만원짜리 팔아
알바 비용 안주고 잠적하기도

인터넷을 통해 아르바이트생을 모집, 대학교와 공공 도서관에 수십만 원짜리 ‘희망도서’를 신청하게 하는 출판사의 ‘꼼수 영업’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 일반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운 책들을 대학 도서관 등에 무차별적으로 구매 신청하게 한 뒤, 심사가 허술한 일부 도서관에서 실제로 고가의 서적을 구매하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대학원생 조모(29) 씨는 최근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를 통해 A 출판사의 책을 도서관에 신청하는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시급조차 받지 못했다. 조 씨에 따르면 이 출판사는 ‘도서관에서 책을 구입하지 않았으니 알바비를 줄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A 출판사는 조 씨에게 “노력이 부족하다” “교수에게 부탁해라. 대학 다니면서 뭘 했길래 교수도 모르느냐”고 비난하는 등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다. 조 씨는 28일 “출판사가 알바비는 주지도 않고 연락을 끊어버리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A 출판사는 ‘대학 도서관의 경우 실제 책을 구입하는지와 무관하게 시급을 지급하겠다’며 아르바이트생들을 유혹했다.

A 출판사가 아르바이트생을 통해 구매 신청을 하도록 시킨 ‘희망도서’ 가운데 ‘철학대사전’은 무려 정가 98만 원에 달했고 ‘식물분류명대사전’도 50만 원이었다. A 출판사 대표는 “우리만 하는 게 아니라 다들 하고 있다”며 “도서관 직원을 만나 영업하려면 뒷돈을 줘야 하는데 그게 싫어서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이 시급을 받지 못한 데 대해서는 “아르바이트생들을 관리하는 사람도 아르바이트생이었는데, 돈을 갖고 사라져 버렸다”며 “누굴 주고 누굴 안 줬는지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일부 출판사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학 도서관들은 대처 방안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 도서관 관계자는 “특정 출판사의 영업 행태를 인지하고 있다”며 “올해 초에는 대학도서관연합회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도서관의 3대 요소는 시설·자료·인력인데, 우리나라는 사서 인력이 부족해 희망도서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 희망도서를 신청하는 출판사의 영업 행태가 이어지면 결국 도서관의 질을 떨어뜨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