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정부 26년史 ‘의정원 문서’로 복원

이미지 크게보기 1919년 3·1 만세운동 다음 달인 4월에 중국 상하이에 들어선 임시정부청사 전경. 독립기념관 제공

문화재청, 항일독립유산 집중 발굴

1919년 설립된 임시의정원
국회와 같은 ‘입법기관 역할’

헌법초안·회의록 샅샅이 기록
총 2500여쪽 원본 상태 보존

세계 망명정부 유례없는 문서
‘議長 4번 역임’홍진선생 기증

독립유산 282점 문화재 등록

3·1 만세운동 100주년(2019년)을 앞두고 정부가 항일독립유산 문화재 정비·등록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문화재청(청장 김종진)에서는 그동안 자료조사 및 가치평가를 통해 보존 및 활용이 필요한 항일독립유산 210건 282점을 문화재로 지정·등록했다. 특히 최근에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독립유공자 생가나 묘역, 친필원고, 임시정부 관련 기록물 등을 찾아내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중점적으로 발굴, 복원하고 있는 항일 자료와 시설물 등을 공개한다.

지난 2월 27일 문화재청에서 등록 예고한 문화재 중 대한민국임시정부와 관련된 항일독립유산들이 포함돼 있다.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은 대한민국임시정부 관련 기록물로 유일하게 원본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임시의정원 문서’다.

임시의정원은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설립된, 현재의 국회와 같은 입법기관이다.

이번에 등록 예고된 임시의정원 문서는 지금의 헌법 격인 임시약헌 초안, 건국강령, 임시정부 관련 문서, 각종 예규와 임시의정원 회의록 등을 포함해 2500여 쪽으로 구성돼 있다.

이 문서는 임시의정원 의장을 네 번 지낸 홍진(1887∼1946)이 1945년 11월 환국할 때 가져와 보관하다, 유족이 1967년 국회에 기증해 현재 국회도서관에서 16개 오동나무 함에 나누어 보관 중이다.

임시의정원 문서가 중요하다는 것은 1945년 8월 17일까지 개최한 정기회와 임시회 등 총 29회의 회의내용을 필사한 문서가 포함된 회의록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일종의 사초(史草)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임시정부 26년간의 역사를 생생히 복원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자료다. 식민 경험이 있는 나라 중 망명정부 체제에서도 이렇게 매번 회의 때마다 회의록을 남긴 나라는 없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 민족은 후대에 ‘있는 그대로의 기록’을 남겨 정당한 평가를 받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다. 세계기록유산에도 조선왕조실록, 난중일기, 승정원일기 등 16건이 등재돼 있다. 양적인 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도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서슬 퍼런 감시와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의 순간에도 이같은 문서가 기록으로 남았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실제로 수많은 유산이 일제에 의해 파괴되었고, 해방 후 사회혼란 과정에서 또 유실됐다.

독립운동 및 임시정부 관련 분야 전문가인 한시준 단국대 역사학과 교수는 “임시정부 문건은 1932년 윤봉길 의사 의거로 그 이전 문서가 일본 경찰에 의해 다 압수된 데다 그 이후 문서 역시 6·25전쟁 때 모두 소실돼 남아있는 것이 없다”며 “따라서 임시정부 국회의 속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임시의정원 문서가 이처럼 온전하게 보존돼 왔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청은 그 외에도 일제선전물이 우리의 역사와 식민지배의 실상을 왜곡하고 있음에 대응하기 위해 임시정부의 임시사료편찬위에서 발간한 ‘한일관계사료집(독립기념관 소장)’과 독립운동을 한 언론인 장효근(1867∼1946)이 1916년부터 1945년까지 거의 매일 기록한 한문체 일기인 ‘장효근 일기(독립기념관 소장)’, 윤동주와 이육사의 친필원고 등의 문화재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경택 기자 ktlee@

이미지 크게보기 ‘윤동주 친필원고’. 현존하는 유일의 친필원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