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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글로벌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던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 분쟁’이 대화 모드로 바뀌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합의됨으로써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했다. 하지만 미·중의 무역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우리의 대응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적으로 무역 분쟁은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1930년 대공황을 맞이하던 미국은 스무트-할리 관세법을 통해 50% 관세 부과를 2만 개가 넘는 수입품에 적용했다. 그로 인해 다른 국가들도 보복 관세를 매겼고, 미국의 국제 무역 비중은 줄어들었으며, 경제는 대공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됐다. 1971년 베트남전쟁과 경제위기에 직면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금과 달러 교환을 중지시키고 무역 관세를 부과했는데, 그로 인해 국제시장은 ‘닉슨 쇼크’를 맞았다. 그 밖에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002년에 도입한 철강 관세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09년에 시도한 중국산 타이어 관세 모두 기대했던 것과 달리 물가를 상승시켰고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위축시켰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보호무역주의 정책도 결과는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으로서는 좋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과 미국은 각각 한국의 1, 2위 통상 파트너이고 2016년 이 두 국가와의 총교역량은 약 3220억 달러로 한국 경제의 25%를 차지한다. 또한, 한국은 대중 무역에 있어 중간재 수출 비중이 약 80%이다. 즉,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할 경우 한국의 수출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고, 이와 관련된 여파도 작지 않을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미국 연준위가 기준금리 인상을 계속할 의지를 밝혔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는 ‘한·미 금리 역전’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요소들이 정부가 추진 중인 최저임금 인상 또는 확장지출 정책과 상호 작용한다면 한은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줄어들지 않는 가계부채 리스크와 위축될 국내 소비다. 최악의 경우에는 이 두 가지 문제가 경제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위와 관련된 리스크들에 대응해 정부는 내부적으로 인플레이션에 관한 문제 인식과 이와 관련된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더욱 신중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통상 외교에 신경을 써야 한다. 정부는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국가들과 함께 미·중을 상대로 무역 분쟁 리스크에 대해 설명하고 더욱 공정한 무역 관계를 추진하는 방법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행정부 외에도 의회를 접촉해 더욱 강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미국 헌법 제1조는 관세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인상할 수 있는 것도 의회가 그러한 권한을 대통령에게 위임했기 때문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무책임한 중상주의(重商主義) 통상정책을 견제할 인물이 백악관에 없다면 의회가 그 역할을 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현 정부는 기존 통상정책 접근 방식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대의 국제 무역 환경은 경제 중심적인 요소들보다 정치적인 변수에 따라 급변하고 있다. 정부 조직을 개편할 필요까지는 없으나, 통상 문제에서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미국 정부는 무역대표부를 비롯해 상무부와 재무부, 그리고 국무부의 협력 아래 통상정책을 추진한다. 무역이란 포괄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이러한 접근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