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지난 2012년 및 지난해 대선의 주요 쟁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문재인 정부가 1차 잠정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최근 밑그림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검·경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정부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회 처리 등의 절차가 간단치 않고 다소의 수정도 불가피하겠지만, 향후 논의의 토대가 될 이번 시안(試案)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검찰 일각의 심각한 일탈을 고려할 때, 대대적 개혁은 당위다. 제도적 차원에서도 수사지휘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에 대한 견제 장치도 필요하다. 여기에다 검찰 지휘부가 정치권력에 맹종하는 볼썽사나운 일이 많았고, 지금도 의심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은 냉철하게 접근해야 한다. 일부 검찰의 비위가 수사권 문제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거품’을 빼고 봐야 하는 것이다.

이번 초안의 큰 방향은 검찰이 독점한 ‘수사권’의 60∼70% 정도를 경찰에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사실상 폐지하고, 경찰에 무혐의 처분 등 수사 종결권을 부여했다. 특수수사의 수사 우선권은 일단 복수 안으로 남겨뒀다고 한다. 조국 수석은 27일 입장문을 통해 “여전히 협의 중이며 검·경 의견을 수렴 중”이라면서도 “경찰이 1차 수사에서 보다 많은 자율성을 갖고, 검찰은 사법 통제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큰 흐름에서 같은 얘기다. 이런 기류에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13일 국회 사법개혁특위에 출석해 검찰의 수사 지휘·종결권을 경찰에 넘기는 것에 대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경찰의 수사권 보유는 언젠가 필요할지 모르지만 매우 종합적으로 신중히 접근할 문제다. 최근 울산경찰과 관련된 ‘정치 편향’ 논란만 봐도 시기상조다. 경찰의 수사 능력이나 감독 장치 등이 신뢰할 만큼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하게 권한을 넘기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제도 자체에 대한 공허한 논란보다 국민의 법익(法益) 보호라는 원칙에서 볼 때, 이번 시안은 과속(過速)의 소지가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