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억을 만나다’, 세계 첫 ‘VR 멜로’… 연인의 사랑보다 일렁이는 풍경에 시선 빼앗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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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가상현실(VR)과 오감체험 상영시스템(4DX)을 결합한 영화가 나온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기억을 만나다’(사진)는 360도 시야각의 입체영상으로 촬영한 영화다. 여기에 의자의 움직임과 바람, 향기 등 4DX 효과를 넣었다. VR 영상물은 많이 나와 있지만 4DX를 접목해 극장용 영화로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VR 영상기술은 주로 시각효과가 강조된 게임이나 체험을 위해 쓰여 왔지만 이 영화는 잔잔한 멜로물이다. 연출자인 구범석 감독은 “감정의 교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르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 영화는 가수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우진(김정현)과 적극적인 성격을 지닌 배우지망생 연수(서예지)의 애잔한 첫사랑을 그렸다. 보통 VR 체험물은 1∼5분 정도 분량이고, VR 영화도 10분 내외로 만들지만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38분이다.

중편 정도의 길이라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고글 형태의 HMD(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하고 영화를 보니 38분을 버티기도 힘들었다. 우선 HMD가 너무 무겁다. 착용한 후 1∼2분이 지나자 볼과 코를 짓누르는 무게감이 느껴져 손으로 받쳐야 했다. HMD에 눈에 맞춰 초점을 조절하는 장치가 있지만 앞뒤 물체가 모두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또 픽셀이 깨지는 느낌이 들어 눈의 피로감이 크다.

그럼에도 첫 경험이 신기하게 다가왔다. 남녀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주연 배우를 보다가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 양옆의 상황이 눈에 들어온다. 또 고개를 숙이면 배우들의 발이 보이고, 몸을 살짝 틀어 뒷부분도 볼 수 있다. 마치 촬영 현장에서 직접 배우를 만난 느낌이 든다. 그러는 사이 의자가 흔들리고, 바람과 향기가 느껴진다. 우진과 연수가 각자의 방에서 처음 통화를 하다가 두 방이 공중에 뜨며 별무리 사이로 멀어지는 판타지 장면에서는 탄성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요소 때문에 남녀의 애틋한 사랑 감정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우진이 자신의 옥탑방 평상에서 연수와 소곤대는 장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뒤쪽 남산타워로 눈이 간다. 이 영화의 총괄프로듀서인 곽경택 감독은 “영화의 문법을 변형해 적용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하는 다른 매체”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CGV용산아이파크몰 4DX 상영관에서만 볼 수 있다. 12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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