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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네오콘(neo-conservative)을 ‘신보수주의자’라고 번역하지만, 실제로는 ‘민주주의 원리주의자’에 가깝다. 네오콘은 “야만인들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미국의 권리이자 책임”이라는 레오 스트라우스 시카고대 교수의 계승자들이다. 유대인으로, 나치에게 일가친척을 잃은 스트라우스는 ‘폭정’에 대한 증오를 정치철학으로 구성했다. 네오콘은 1960∼1970년대까지 민주당 좌파로 활동했으나, 베트남전 이후 반전·평화주의가 당내 주류가 되자 공화당으로 전향, 반공·반소 노선을 구축했다.

네오콘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초기 미 정부를 장악하다시피 했다. 대표적 인물이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주유엔 대사 등이다. ‘힘이 곧 정의’라고 믿는 이들은 오사마 빈 라덴이 9·11 테러를 일으키자 알카에다의 근거지인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데 이어 이란·이라크·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세 나라 권력자들을 처단하는 정권 교체(regime change) 작전에 들어갔다.

그러나 현실은 늘 철학이나 이념처럼 쉽사리 전개되지 않는다. 미국이 이라크전에서 ‘수렁’에 빠져버리자 네오콘들은 물러나기 시작했고, 부시 대통령은 김정일을 ‘Mr. Chairman’이라고 부르며 북한과도 협상에 나서기 시작했다.

2005년 1월 24일 워싱턴의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열린 ‘네오콘 포럼’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네오콘 선집(選集)’의 저자 어윈 스텔저와 네오콘의 이데올로그인 찰스 크라우트해머에게 “왜 북한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두 사람은 “중동에 비하면 동북아는 매우 안정된 지역”이라면서 “한동안은 중동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네오콘 핵심이었던 볼턴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롤백’하면서 한반도 긴장 수위가 올라가는 듯하다. 대북 군사 공격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 때문이다. 결정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 여전히 중동 문제, 즉 이란 핵 개발 저지가 우선이라면 북한 공격 가능성은 떨어진다. 그러나 중국 문제까지 염두에 두고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결정을 내린다면 한반도는 정말로 격동의 시기에 돌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