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검사 수십년 해왔는데
하루아침에 불법 취급하다니
의사에게만 허용 국가 없어”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강화대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지난 주말 항의 집회에 나선 데 이어, 이번에는 방사선 의학 장비를 다루는 방사선사들이 거리로 나섰다. 정부가 문재인 케어 확대 차원에서 오는 4월부터 상복부 초음파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검사 주체를 ‘의사’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초음파검사를 시행해 오던 방사선사들은 “4만5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며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문재인 케어를 둘러싼 또 다른 갈등이 예상된다.

대한방사선사협회는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200여 명이 항의 집회를 한 데 이어, 오는 25일에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1000여 명 규모의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완희 대한방사선사협회장은 “방사선사협회 역사가 50년이 됐는데, 수십 년 동안 방사선사가 해오던 일이 하루아침에 불법이 된 셈”이라며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초음파검사를 의사만 하는 나라는 없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초음파검사는 현행 의료법에 따라 의사가 실시간으로 지도·감독하면 방사선사도 검사할 수 있다. 또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방사선사는 엑스레이, 컴퓨터단층(CT),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검사도 할 수 있다.

우 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최우선 목표인 일자리 창출은커녕, 4만5000여 방사선사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생존권을 박탈하는 행위”라며 “정부가 보험급여를 결정하면서 우리와 협의는 고사하고, 한마디 언질도 없이 진행했다”며 절차 문제도 지적했다.

협회는 초음파검사는 방사선사가 하고, 판독은 의사가 하는 현행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 회장은 “(문재인 케어가) 그대로 강행되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내고, 4월 예정된 세계 방사선학회를 통해 전 세계 방사선사와 동조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의사단체는 정부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초음파의학회는 “실시간 검사인 초음파검사는 방사선사들이 획득한 영상을 사후에 판독하는 CT, MRI 검사와 달리 의사가 직접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음파의학회는 “장기들에서 주로 발생하는 병들은 간암·담도암·담낭암·췌장암 등 5년 생존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중증도가 높은 암종이 많아 오진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상복부 초음파검사는 반드시 간, 담도, 담낭, 췌장, 비장 등의 장기에 대한 해부학·병리학적 지식을 충분히 갖고 있는 의사가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