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장관회의 엄정 대처 방침

채팅방·회식서 女직원 배제땐
근로기준법 등 적용 강력 제재

대학가 성폭력도 ‘무관용 원칙’

# 회사원 신모(41) 씨는 최근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남자 후배들만 따로 불러내 새로운 단체 채팅방을 만들었다. 신 씨는 “단체 채팅방에 여성 후배가 몇 명 있는데,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된 요즘에는 예전처럼 술자리나 번개 공지를 하기 부담스럽다”며 “마음 편하게 모임을 하기 위해 남자들만 모인 채팅방을 따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모(여·26) 씨는 얼마 전 사무실에서 팀 동료들과 아침 티타임을 갖다가 전날 자기만 빼고 팀원들이 회식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팀원 중 한 명이 무심코 “어제 2차로 갔던 그 맥줏집, 치킨 맛있던데”라는 말에 남자 동료들만의 별도 술자리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박 씨는 “무심결에 회식 얘기를 했던 그 동료는 물론, 다른 팀원들과 저 모두 어색한 순간을 경험해야 했다”며 “얼렁뚱땅 넘어가기는 했지만, 팀에서 나만 배제됐다는 소외감을 떨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정부가 미투 운동의 부작용으로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여성 배제 현상, 이른바 ‘펜스룰’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법에서 금지한 남녀 차별대우로 연결될 경우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3일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노동 분야로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여성을 배제하는 ‘펜스룰’로 인해 직장 내 또 다른 성차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정부는 공공기관, 대기업 등에 대한 우선적인 행정지도와 함께 성차별 문제사업장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신고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 등을 통해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 제7조에는 채용과정에서 남녀를 차별하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고, 근로기준법 제6조에는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고용노동부는 또 채용과정이나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행위에 대해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는 ‘노동부 신고센터’를 활성화해 나가기로 했다. 신고가 접수된 사업장에 대해서는 행정지도 및 근로감독에 적극 나선다.

다만, 어느 정도의 펜스룰이 법위반에 해당하는지 명확한 기준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회의·회식 배제가 성차별인지,일상생활 차원을 넘어 조직활동의 배제, 인사상 불이익으로 이어질 때만 법위반인지에 대한 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가에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과 관련, 학내 성폭력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김 부총리는 “대학가 성희롱·성폭행은 철저한 특별조사 등을 통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예술대와 한국외국어대 등에 이어 최근 이화여대에서도 관현악과 지도교수의 성희롱과 정년 퇴임한 교수의 재직 당시 학생 성추행 폭로가 이어졌다.

정부는 또 학교에서 인권·양성평등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학교 성교육 표준안’도 개편하기로 했다.

정유진·정진영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