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계홍 법제처 차장

현대사회는 법치국가다. 모든 것은 법에 따라 이뤄진다. 부동산에서 중개수수료를 낼 때나, 아파트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나 자동차 운전을 하다가 속도위반으로 범칙금을 납부할 때에도 법은 자연스레 우리 삶의 일부로 작용한다. 어느 법철학자의 비유처럼 “법은 공기와 같아서 우리가 의식하든 못하든 간에 한순간도 그것을 떠나 살 수 없다”는 말이 이젠 새삼스럽지 않다.

이렇게 우리 삶에 중요한 법이지만 법을 잘 찾고 이용하는 일은 쉽지 않다. 법률 전문가가 아닌 한 어떤 상황에 필요한 법이 무엇인지, 그 법은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상당수다. 법제처는 누구나 쉽게 법령을 찾아볼 수 있도록 1998년부터 법률, 대통령령, 판례 등 약 380만 건의 정보를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법령 전문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조문별로 관련된 조례, 판례, 행정규칙도 연계해 제공하는 등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확대·고도화해 왔다.

현재 하루 이용자 수가 45만 명에 이르는 등 국가법령정보센터는 대표적인 국가 정보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우리의 사례를 따르고 싶어 하는 개발도상국들의 지원 요청도 많다. 하지만 지금도 일부 고시(告示)나 지침은 각 기관의 홈페이지에서만 공개되고 있고, 입법 예고안, 규제 영향 분석서 등 입법 과정에서 만들어진 중요한 자료들이 법령과 함께 제공되지 않는 등 아쉽고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아쉬운 점을 보완하기 위해 법제처가 발의한 ‘법령정보의 관리 및 제공에 관한 법률안’(제정안)이 지난 20일 국무회의에 보고돼 통과했다. 각 기관에 흩어져 있는 각종 법령 정보를 통합, 관리해 국민에게 편리하게 법령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 이 법안의 입법 취지다.

앞으로 법제처는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 기관과 협력해 각 기관이 개별적으로 제공하고 있던 정보를 모두 찾아 수집하고, 법령 외에도 규제 영향 분석서, 비용 추계서 등 입법 과정에서 제출된 자료도 수집해 국민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어려운 법령 내용을 일상 용어로 사용하고 그림·도표를 곁들여 알기 쉽게 설명하는 ‘생활법령 정보’와 해외 각국의 법령 정보를 수집, 제공하는 ‘세계 법제 정보’도 함께 제공한다.

한편으로, ‘법령정보의 관리 및 제공에 관한 법률안’에는 법령정보를 가공하거나 활용하는 민간 기업에 대해서 데이터를 개방하고, 기술 지원을 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법제처는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법령 관련 빅데이터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빅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라고 불릴 만큼 잠재력이 무한하다. 그중에서도 법령 관련 빅데이터는 법령에 대한 무지로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만 하는 법률 서비스 시장에서 매우 효율이 높은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법령 관련 빅데이터에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더해지면 알파고와 같은 AI가 법률을 상담해주고 승소 확률을 예측해줄 날도 머지않았다.

‘법령정보의 관리 및 제공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본격 시행되면 더는 힘겹게 법령 정보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 법 전문가나 행정가 등 소수 그룹이 법령 정보를 독점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차별 없이 평등하게 법령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법률의 제정을 이끌고 있는 배경이자 정신이다. 국민 누구나 법령 정보를 자유롭게 활용해서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권리와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이 나라의 주인인 시대가 한걸음 앞당겨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