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교수팀 조사

“1주일에 소주 반병 마셔도
좌심방 크기 7% 더 커져”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은 과도하게 음주할 경우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송윤미(가정의학과)·이상철(순환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심장 관련 질환이나 증상이 없는 성인 남성 854명을 대상으로 초음파검사를 통해 술을 마시고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심장 상태를 관찰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음주 후 얼굴이 붉어지는 이유는 체내에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란 독성 물질 때문이다.

검사 결과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의 좌심방 크기(좌심방용적지수)는 평균 29.42㎖/㎡로, 술을 입에 대지도 않는 사람보다 7%가량 커져 있었다. 특히 얼굴이 붉어진다고 답한 사람들은 평소 마시는 술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좌심방이 컸다.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 사람에게서는 이런 현상이 없었다.

좌심방이 커져 있는 기준은 1주일에 마시는 알코올이 196g을 넘어설 때로 분석됐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알코올 17∼18도의 소주 1병(360g)으로 계산하면 반병 정도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은 아세트알데히드를 해독하는 효소가 부족해 분해하지 못하고 누적되면서 심장 구조에도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좌심방용적지수가 커지면 피를 받아들이는 심장의 이완 기능도 함께 떨어져 심장 노화도 빨라지고, 결국 노인성 부정맥의 위험이 커진다.

물론 이번 연구 결과가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 사람에게 술이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얼굴색에 변화가 없는 사람들도 붉어지는 사람들만큼은 아니지만, 과도한 음주를 한 경우 좌심방이 커지고 이완 기능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알코올중독 임상시험 연구’(Alcoholism Clinical & Experiment Research)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