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대통령 평화체제 구상

통일부 ‘文 한반도정책’ 자료
“제도화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
국내·남북·당사국 협약 추진”

남북합의땐 국회비준도 준비
정권 상관없이 ‘문서化’ 의지

文, 베트남·UAE 순방 출국
박항서 축구감독 만나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남·북·미 3국 정상회담 구상을 언급하고, 4월 말 남북정상회담 합의의 국회 비준 준비를 지시한 것은 임기 내 북한 비핵화와 남북평화체제 구축을 확실히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회 비준 방침은 한국과 미국 정부가 바뀌더라도 관련 합의를 되돌릴 수 없도록 문서화하겠다는 취지로, 항구적 공존 체제를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부터 시작된 남북 관계 개선 국면에서 발언에 신중을 기해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앞서 문 대통령이 남북문제와 관련해 “유리 그릇 다루듯이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북한·중국·러시아 방문이 이어지던 지난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결과도 낙관하기가 어렵고 과정도 조심스러운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그런 문 대통령이 21일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회 2차 회의에서 “진전 상황에 따라서는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을 두고 최근 이뤄지고 있는 남·북·미 삼각 대화 속에 간접적 언급이 오갔거나 문 대통령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남북, 미·북 정상회담 카드를 던진 뒤 침묵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향해 성과 보장을 약속하는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미 3국이 모두 만나 (남북, 미·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좀 더 분명히 하고 실천적 약속으로 완성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평화체제 구축 방식은 합의의 제도화가 그 구심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가 최근 펴낸 ‘문재인의 한반도 정책’ 자료에는 4대 전략 중 하나로 ‘제도화를 통한 지속 가능성 확보’가 제시돼 있다. 국내에서는 ‘통일국민협약’, 남북 간에는 ‘남북기본협정’, 관련 당사국 간에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합의·체결해 이번 연쇄 정상회담의 합의 사안의 이행을 담보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 체제 보장과 관련해 확실한 ‘당근책’을 담을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전날 정상회담준비위에 “북·미 관계가 정상화돼야 하고, 나아가 북·미 사이 경제협력으로까지 진전돼야 한다”며 “그런 목표와 전망을 가지고 회담 준비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22일 5박 7일간 일정으로 베트남·아랍에미리트(UAE) 순방길에 올랐다. 베트남에선 ‘베트남의 히딩크’로 불리는 박항서 감독을 격려하고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등 주요 지도자를 만난다. 24∼27일엔 UAE에서 알 나흐얀 왕세제와의 확대·단독 정상회담, 바라카 원전 1호기 건설 완료 기념행사 참석, 아크부대 격려 방문 등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