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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존재를 평가할 때 먼저 생물학적 조건을 살핀다. 몇 살인지, 체중이나 신장은 어떻게 되는지, 혈액형은 무엇인지 등과 같은 조건들이다. 하지만 이런 것을 아무리 길게 나열해도 그 사람의 실체에 도달하기는 어렵다. 동물이라면 이 같은 생물학적 조건만으로도 그 존재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생물학적 특징 외에 직업은 무엇인지, 어디에 소속돼 있는지, 어디에 사는지 등을 따져야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사람이란 존재는 이 같은 사회적 조건만으로도 다 알 수 없다. 그보다는 내면적 세계, 즉 마음의 정체성을 물어야 한다. 그 사람의 인격이나 성품, 지성, 감성, 인간관계, 운명 등으로 접근해야 그 실체를 밝힐 수 있다.

하늘이나 신 또는 천지 대자연의 섭리가 있어서 인간을 평가한다면 그 사람의 사회적 신분을 우선적으로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사람의 실체, 즉 마음의 구성에 더 관심을 둘 것이다. 동물에게는 그 행동이 우선일 뿐 딱히 마음이랄 것이 없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그 마음이 최우선시돼야 한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이는 인간의 사회성보다는 그 마음이 소중함을 일깨워준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결혼 조건이야 당연히 사회성이 우선일 것이다. 그러나 생사를 초월한 인간의 본질을 논할 때에는 그 마음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 없다. 결론적으로 인간의 정체성이란 바로 그 마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은 바로 그 사람 자체다. 저승에 갈 때도 가져가는 것은 오로지 마음뿐이다. 운명도 그 마음에 부과되는 하늘의 섭리인 것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김승호 주역학자

마음은 수많은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데 어떤 마음은 바람직하지 않고, 또 어떤 마음은 바람직한 것일 수도 있다. 대자연에 해로운 마음, 또는 대자연에 이로운 마음 등으로 불러도 좋다. 마음은 인간의 본성으로 영원의 세계에서 볼 때 이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여기에 운명이 부과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당연히 운명은 그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 것 말고도 더욱 열심히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얘기하자면 마음이 곧 운명이다. 어떤 사람을 보자. 평생 도적질로 살아가면서 하늘에 행운을 빌고 있다면 이것이 가당하겠는가! 또 자기가 써야 할 돈을 교묘히 남에게 떠넘기며 평생을 살아온 사람에게 어떤 행운이 기다리겠는가! 행운을 아무렇게나 생각해서는 안 된다. 행운이란 당연히 받을 만한 사람에게 오는 것인 바, 마음이 복 받을 만해야 행운도 오는 법이다.

이제 결론은 섰다. 마음이 행운의 열쇠라는 것, 이뿐이다. 그렇다면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가야 할까? 행운을 이끌어 내는 마음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반대로 재앙을 이끌어 내는 마음도 무수히 많을 것이다.

그래서 한 가지 원칙을 세울 수는 없다. 단지 마음을 고귀하게 가져야 한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어떤 것이 고귀한 마음인가? 그것은 쉽다. 예를 들어 보자. 젊은 사람이 노약자석에 앉아서 자는 척하고 있다면 이것은 천박한 행위다. 쓰레기를 슬쩍 아무 곳에 버리는 것도 귀한 마음일 수는 없다. 남에게 돈을 빌리고 떼어먹는 것은 당연히 나쁘다. 껌을 씹고 아무 데나 버리는 것도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

행운을 이끄는 일은 별 게 아니다. 천박한 마음, 아름답지 못한 마음, 남에게 해가 되는 마음, 하늘이 싫어하는 마음 등등…. 이런 것을 조심하다 보면 바람직한 마음도 차차 깨달아 갈 것이다. 몸은 매일 씻으면서 마음은 청소하지 않는 사람에게 행운이 찾아올 리 없다. 행운이란 그 자체로 깨끗한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깨끗하면 행운을 기대해도 좋다. 행운이 늦게 찾아오면 그때까지 더욱 마음을 깨끗이 해 더 큰 행운을 기대하면 되지 않겠는가!

주역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