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누신 재무, G20회의서 밝혀
中 “더 개방할 것” 진화했지만
외국기업들은 “여전히 불공평”

오는 23일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 면제 협상 시한을 앞두고 미·중 무역전쟁 암운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번 주 중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연간 600억 달러(약 64조 원)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20일 “무역전쟁이 두렵지 않다”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위해서는 무역전쟁도 감수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강력 피력했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무역전쟁이 우리의 목표는 아니지만, 미국 시장과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무역전쟁에 들어간다 해도 두렵지 않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기도 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현재 철강·알루미늄 업계는 불공정한 무역 관행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 방식(관세)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라면서 “보호무역주의로 가려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상호호혜적인 무역을 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므누신 장관은 중국을 언급하면서 “중국과는 더 호혜적인 무역관계로 가야 하며, 중국 시장이 더 개방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도 이날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유럽연합(EU)을 겨냥해 “자신들을 자유무역주의자라고 하는데, 동일한 상품에 우리보다 4∼10배나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유무역주의자인가”라고 비판했다. 또 로스 장관은 “그들은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면서 “미국의 대중 수출 자동차는 25%, 대 EU 수출 자동차는 10%의 관세가 붙는데, 미국이 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매기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 공세에 대해서 일단 “시장을 더 개방하겠다”고 밝히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미국에서는 ‘말뿐인 조치’라는 평가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 “중국 내 미국 기업들은 중국이 외국 기업들을 공평하게 대하고 있지 않으며, 최근 몇 년간 시장 개방을 확대하겠다는 중국의 약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이어 “중국이 자유 무역의 옹호자를 자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 시장이 중국보다 훨씬 더 개방돼 있다”고 주장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앞서 20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계속해서 서비스업과 제조업 등에서 개방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이어 “중·미 간 무역전쟁에 승자는 없으며, 이성을 갖고 무역전쟁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