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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정치부 차장

오는 4월 말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대비하기 위한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회(준비위원회)가 지난 16일 1차 회의를 가진 데 이어 21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차 회의를 열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지난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에도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해온 북한의 표리부동한 행동을 끊어낼 단초를 마련해야 하는 중요한 회담이다. 그만큼 청와대와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관련 부처가 모두 나서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남북 정상회담 준비를 하고 있고 이에 대한 국민의 기대도 크다. 하지만 이 준비위원회를 보면서 한 가지 걱정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준비위원회 자체가 지나치게 대북 유화파로만 이뤄진 탓에 자신의 신념에 맞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맞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확증편향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 실장 등 대북특사단은 방북을 마치고 귀환한 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다” “북·미 대화 의제로 비핵화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 등은 이를 근거로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5월 미·북 정상회담까지 이끌어내는 외교력을 발휘했다. 그런데 북한 매체는 아직까지 김 위원장이 말했다는 ‘비핵화’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미 2005년 6월 당시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했던 말이다. 북한은 같은 해 9월 19일 제4차 6자회담에서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 포기를 약속(9·19 공동성명)했지만 1년 뒤인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한은 또 2012년 4월 헌법 전문을 개정하면서 핵보유국임을 명시해놓았다.

이러한 사실을 무시하고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일괄타결하겠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청와대와 정부 인사들을 보면 전형적인 확증편향 증세에 빠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인식을 공유하는 이들로만 구성된 준비위원회를 보고 있으면 불안감은 더 커진다. 대북 유화파만 모인 준비위원회가 남북 정상회담에서 보일 북한의 이중적 행태 등에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비핵화를 얻어내기 위한 세심한 전략 짜기를 바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나마 준비위원회에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견제장치가 자문단이지만 과연 제대로 된 조언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문단장을 현 정부 대북 정책의 근간인 김대중 정부 ‘햇볕 정책’의 전도사로 불리는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확증편향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청와대가 30∼40명으로 구성하기로 한 자문단에 정부 대북 정책에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는 보수 인사들을 포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들을 통해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보일 각종 전략과 술수 등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상대 관점에서 우리 측 약점을 파고드는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이 있어야 디테일 속에 숨으려는 악마의 행동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법이다. s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