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 시작될 한·미(韓美) 연합군사훈련인 독수리·키리졸브 연습의 개요가 20일 발표됐다. 군 당국은 ‘예년 수준’을 주장하지만 훈련 기간과 규모, 실질적인 내용 등을 종합하면 ‘위축’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당국도 최대의 ‘로키(low-key)’라고 밝히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이유로 연기된 데 이어 남북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대폭 축소 또는 재연기 주장이 흘러나오기도 했었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 8일 스콧 스위프트 미 태평양함대사령관과 만나 “원자력 잠수함 같은 것들을 한반도에 전개 안 하셔도 된다”고 말했다가 “농담”이라고 해명했는데, 진담이었던 셈이다.

이런 움직임은 군사 및 동맹 차원에서는 물론 남북관계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북핵 폐기가 담보될 때까지 최대 압박을 계속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노력과도 배치된다. 대북 특사단을 만난 김정은조차 ‘예년 수준 진행을 이해하며, 추후 조절을 기대한다’고 말했다는데, 알아서 기는 행태는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일도 된다. 군사훈련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강군(强軍)의 필수요건이다. 한반도 안보가 중대한 기로에 있는 만큼 더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게 정상이다. 연합군사훈련은 안보동맹의 기축(基軸)이다. 미국 측은 문재인 정부 요청에 마지못해 동의했지만, 훈련 연기나 축소에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각국의 국익을 위한 경제·외교적 엇박자는 있을 수 있지만 군사적 신뢰 약화는 결코 초래돼선 안 된다.

북핵 폐기 협상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군사적 억지력 과시는 더욱 필요하다. 김정은이 정상회담 합의를 깰지 모른다고 걱정하며 저자세를 보이면 유효한 합의는 불가능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더욱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김정은이 정상회담에 응한 것도 국제사회의 봉쇄 조치에 굴복한 결과다. 문 정부도 ‘최대 제재’ 병행을 약속했다. 그런데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압박 노력은 실종되고 교류에만 적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