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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열 경제산업부 부장

지구촌 이목을 집중시킨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감동의 패럴림픽 대회도 이틀 전 무사히 막을 내렸다. 양대 행사는 한국에서 치른 최초의 겨울 올림픽으로 풍성한 스포츠 기록과 함께, 남북 화합 측면에서도 역사의 한 장을 썼다. 동시에 정보기술(IT) 선진국이란 우리 위상을 모든 참가국에 뽐낸 과학 올림픽, IT 올림픽이기도 했다. 세계 최초의 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초고화질(UHD) 영상 중계와 가상현실(VR) 경기 체험 등 앞선 IT 인프라와 기술 수준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방송사는 봅슬레이 차에 카메라와 통신 모듈을 달아 시청자에게 선수 시점의 영상을 실시간 중계하고, 경찰과 국가정보원은 LTE 모뎀·GPS 기능을 집약한 스마트 헬멧과 열화상 드론을 동원해 관제센터와 소통하며 돌발 상황에 대응했다. 블록체인, 빅데이터, 인공지능 같은 첨단 IT 투자에는 한발 늦었지만, 여전히 인터넷 속도, 스마트폰 활용률 등 기존 지표에서는 정상급을 유지해 ‘빨리빨리 코리아’가 살아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국가적 대사를 기분 좋게 마치고도 마음이 후련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그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국민경제의 큰 도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2년 연속 국민총생산(GNP) 3% 성장률 회복을 내세우지만, 글로벌 활황과 거꾸로 가는 민생·산업 현장의 차가운 체감 경기에 무거워지는 심정과 비슷하다. 당장의 경상성장률이 아니라 식어가는 잠재성장률 용광로는 미래 세대에게 무거운 짐이 될 것이다. 애플을 물리치고 세계 1위의 스마트폰 판매왕이 된 삼성전자가 분기 15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하고도 표정이 밝지 못한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포스트 반도체·스마트폰’의 비전이 아직 뚜렷하게 포착되지 않는다는 데 근본적인 고민이 있다. 생각 있는 부모는 아이들에게 다음 해 농사에 쓸 ‘씨감자’를 남겨놓게 마련이다.

시장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코스피가 현재 주력기업의 자금조달 시장이라면, 코스닥과 코넥스는 미래를 겨냥한 돈이 도는 장터다. 이 두 곳의 대장 주(株)는 바이오 주들이다. 시가총액 상위 리스트에는 유전자가위 등 바이오테크놀로지(BT)로 무장한 유니콘이 불쑥 등장한다. 미래산업 노선도의 IT역 다음은 BT역이라는 게 투자 분석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하지만 우리 바이오산업에는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레드(Red) 바이오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의·약학 분야를 말한다. 농업·식품 분야의 먹거리 혁명을 꿈꾸는 그린(Green) 바이오, 환경·에너지 신기술의 첨병인 화이트(White) 바이오산업도 주목해야 한다. 바로 우리나라 생명공학 최고 전문가 20명이 모인 바이오특위의 지적이다. 빨강·초록·하양의 삼색(三色) 바이오 정책은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에서 가끔 협업도 하지만 아직은 각개약진 위주다. 3가지 색을 맘껏 섞어 쓰는 빅 픽처가 요구된다. 마침 생명공학원도 3색 바이오 미래유망기술을 제시했다. 오가노이드 생체모사 같은 생소한 용어투성이다. 어려운 바이오 지식도 국민이 와이파이만큼 친숙하게 받아들일 정도로 퍼져나가야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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