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아직은 못 믿을 자율주행 우버가 운영하는 자율주행택시가 18일 밤 미국 애리조나주 템페에서 여성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만든 사고 현장에 피해자가 끌고 가던 자전거가 넘어져 있다. ABC-15 방송 캡처, 연합뉴스

- 美 ‘우버’ 택시, 밤10시 애리조나서 길 건너던 40대女 덮쳐

운전자 탄 채 시속64㎞ 자율주행
‘주의할 구역 아니다’ 인식한 듯
우버, 北美지역테스트 전면중단

교통사고 줄인다던 자율주행車
안전성 문제로 다시 도마에 올라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자율주행 중이던 세계 최대 차량호출업체 ‘우버’의 택시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보행자가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 중 보행자 사망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자율주행차의 안전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19일 AP통신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미 서부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 도시 템페의 밀 애비뉴와 커리 로드 교차로에서 자율주행 중이던 우버 택시가 엘레인 허츠버그(49)를 쳤다. 허츠버그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사고 당시 차량은 자율주행 모드였으며, 모니터 요원이 운전석에 탑승하고 있었다. 사고 당시 주행 속도는 시속 64㎞ 정도였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은 교차로에서 북쪽으로 진행 중이었으며, 여성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거를 끌고 무단횡단을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가 난 차량은 볼보자동차의 7인승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XC90’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에릭 웨이스 대변인은 현지에 조사팀을 급파해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보행자가 횡단보도 바깥쪽으로 건너고 있었던 상황이어서, 자율주행 모드인 차량이 보행자 주의가 필요한 구역이 아닌 것으로 인식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라 코스로우샤히 우버 CEO는 트위터에 “희생자 유족을 생각하며 법집행기관과 함께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려 하고 있다”며 애도와 함께 조사에 적극 협조할 것임을 밝혔다. 우버는 북미 지역에서 진행하던 자율주행 시험 운행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자율주행 시험 운행 중 보행자가 사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6년 5월 플로리다주에서 부분 자율주행 모드로 달리던 테슬라 모델 S가 대형 트럭과 충돌해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는 있었다. 당시 사고를 조사한 NTSB는 테슬라 자율주행차 운전자 사망 사고의 원인이 운전자 과실인 것으로 판명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4만 명 가까운 교통 사망사고가 발생하며, 이 중 94% 이상이 운전자 과실로 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차량 업체들은 자율주행 기술이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브라이언트 월커 스미스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법과대학 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율주행차는 음주를 하거나 졸지 않지만, 그들도 과오를 범한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내 자율주행 시험 운행 관련 법 체계 정비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 연방정부는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 허가를 주정부의 권한으로 이임하고 있다. 현재 10여 개 주에서 자율주행 시험 운행을 허용하고 있는데, 시험 운행 중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주정부가 보고만 받을 뿐 이렇다 할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포드·제너럴모터스·테슬라·웨이모 등 자율주행차량 상용화 경쟁을 벌이고 있는 회사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