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사철인데 전셋값 ‘이상 하락’… 매매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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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한주 前보다 0.08% ↓
15주 연속 마이너스 행진

강남도 올 2월부터 하락세
학군 수요 마무리 큰 영향
늘어난 수도권 물량도 한몫

逆전세난 우려 갈수록 커져
갭투자 급매물 나올 가능성
일부선 집값 추가하락 점쳐

봄 이사철인데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다. 경기가 안 좋은 지방, 입주물량이 많은 경기 남부뿐 아니라 지난 1년 상승 곡선을 이어가던 서울 강남권까지 2월부터는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이상 하락’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세가가 매매가의 선행지표라는 점에서 앞으로 강남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나온다.

◇강남 4구까지…하락 폭 키우는 전세가 = 1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12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는 한 주 전보다 0.08% 떨어지며 지난해 11월 27일 이후 15주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4주 동안은 하락 폭도 커졌다. 올 들어서만 총 0.57% 하락했다.

지역별로 올해 누적 변동량을 보면 조선 산업 침체 등으로 울산이 -1.80%, 경남이 1.62% 빠졌고, 입주 물량이 많은 경기가 1.18% 빠졌다. 서울은 이 기간 0.14% 올랐지만, 강남은 전국 평균과 비슷한 -0.55%였다. 강남이 서울 전세가 약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전년 같은 기간에는 0.02% 올랐었다. 서초가 0.78%, 강남이 0.09%, 송파가 1.08%, 강동이 0.16% 각각 떨어졌다. 강남 4구의 주간 전세가 변동률은 지난해 8월 마지막 한 주를 제외하곤 지난해 2월 이후 1년간 줄곧 플러스였다가 올 2월 첫 주부터 마이너스 전환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전세 거래가를 보면 2015년 입주한 신축 아파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94㎡ 전세가는 1월 14억5000만 원에서 2월 14억 원으로 3월 13억5000만 원까지 떨어졌다. 도곡동 ‘도곡렉슬’ 59㎡는 1월 7억1000만 원에서 2월 6억8000만 원, 3월 6억7000만 원까지 떨어졌다.

◇강남 4구 왜 내리나 = 기세등등했던 강남 4구 전세가는 왜 내림세로 돌아섰을까. 전문가들은 우선 학군 수요가 마무리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입학을 앞두고 강남에 입성하려던 수요가 입학 즈음해서 끝났다는 것이다.

여기에 예년보다 늘어난 수도권 신규 입주물량도 한몫했다. 올해 경기 입주 예정 아파트는 16만1500여 가구로 지난해보다 3만3000여 가구 증가했다. 서울에 집중됐던 전세 수요가 수도권으로 분산되면서 전세가 하락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서울 자체적으로도 지난해 대비 27%나 늘어난 3만4900여 가구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일대는 5월 아크로리버뷰(595가구), 7월 신반포자이(607가구), 8월 반포래미안아이파크(829가구), 9월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751가구) 등 4개 단지에 2782가구가 입주한다. 올 12월 송파구 가락동에는 9510가구에 달하는 매머드급 ‘헬리오시티’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이 단지는 지난달부터 전세 물건이 나오기 시작해 현재 수십 건의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일부 재건축 단지의 이주 시기를 뒤로 늦춘 것도 전세가 하락의 요인이 됐다. 이주 시기가 밀렸으니 일정 기간 거주할 전셋집 수요가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이밖에 그간 전세가가 너무 급등해 조정기에 접어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매매가 하락으로 이어질까 = 강남 4구 전세가까지 꺾이면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찾지 못 하는 역(逆) 전세난 우려와 함께 전세가 하락이 집값 자체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2∼4월은 통상 학군 수요뿐 아니라 결혼 시즌으로 전세 시장 성수기인데 떨어지는 게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전세가가 내리는 건 매매 하락의 전조현상으로 특히 봄 이사철에 내린다는 것은 예년과는 다른 모습”이라며 “전세가가 오르면 ‘이럴 바에야 집을 사는 게 낫다’며 구매수요가 늘어나고 매매가도 올라가지만, 전세가가 내리면 전세로 눌러앉는 경우가 늘고 구매의욕도 떨어져 집값도 하락세로 간다”고 말했다.

전세가가 내리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살 때 자부담이 늘 수밖에 없어 ‘갭투자자’들의 급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규헌 한국감정원 주택통계과장은 “최근 전세가 흐름이 계절성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변수가 다양해 단정하긴 어렵지만, 전세가가 떨어지면 갭투자자들의 급매물 때문에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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