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새 시장 규모 10배 급성장
세탁기 10대에 8대 꼴로 팔려

잦은 미세먼지·황사 등 영향
빨래 말리기 어려운 환경 반영
업계 “1가구 1건조기 곧 도래”

2년 만에 10배 넘게 급성장한 빨래 건조기 시장이 올해 100만 대 시대를 활짝 연다. 낯선 ‘보조 가전’으로 여겨졌던 건조기는 공기 오염과 주거 문화 변화 등 환경 변수가 심리적 장벽을 빠르게 무너뜨리면서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았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건조기 시장 규모는 100만 대를 돌파하면서 변곡점을 맞는다. 이는 시장 초기였던 2015년과 비교하면 약 20배 커진 규모다. 건조기 시장은 2015년 5만 대, 2016년 10만 대, 2017년 60만 대 등으로 매년 2~6배가량 성장했다.

올해 건조기는 세탁기 판매량도 바짝 뒤쫓는다. 국내 전체 세탁기 시장 규모는 약 150만 대다.

업계에 따르면 세탁기 10대가 팔리면 건조기는 8대 정도 판매된다. 건조기 대당 가격을 감안하면 매출 규모는 1조 원에 달한다.

건조기는 올해 드럼세탁기 판매량도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드럼세탁기는 연간 80만 대 정도 팔린다.

건조기 시장은 지난해 탄력을 받아 급팽창했다. 기폭제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건조기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사라진 것이 큰 몫을 했다. 기성세대들에겐 빨래를 햇볕에 말려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강하다. 그러나 미세 먼지와 황사 등 공기 오염은 이 같은 인식을 무너뜨렸다. 사계절 내내 환경 문제가 불거지자 빨래를 밖에서 말릴 수 있는 날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상복합, 오피스텔 등 빨래를 널 공간이 없는 주택이 늘어났다는 것도 촉매제다.

삼성전자 등이 뛰어들면서 시장이 커지자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전기료와 옷감 손상 등 대표적인 단점도 해소됐다. 삼성전자는 두꺼운 이불도 한 번에 말릴 수 있는 14㎏ 대 신제품을 내놓아 용량 경쟁에 불을 붙였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으로 전기료와 건조시간을 줄인 신제품을 선보였다. 대우전자는 올 초 보급형 건조기를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조기 시장은 유일하게 성장률을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꼽힌다”며 “올해 건조기 시장은 이정표를 새로 쓰면서 ‘1가구 1 건조기 시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