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만명 뽑겠다” 공약
실제론 2600명 채용 그쳐

수차례 낙방 30대 극단선택
수험생 “경쟁률만 높아져”

공무원 시험에 여러 차례 낙방한 3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정부는 지난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공무원 채용인력을 대폭 늘리겠다고 했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채용 규모가 축소됐다. 애초부터 국회 문턱에 가로막힐 상황을 예상 못 하고 무리하게 채용 목표치를 세웠다가 비극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공무원을 많이 뽑는다는 말만 믿고 고시촌에 입성했더니, 정작 채용은 요원하고 경쟁률과 기대치만 높아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서울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30대 남성 A 씨가 동작구 대방동 원룸에서 숨져 있는 것을 그의 부모가 발견해 신고했다. 집안에서는 소주병과 번개탄이 발견됐다. ‘편안하게 나는 간다’ ‘후회도 미련도 없다’ 등 내용이 담긴 유서도 발견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검안의 소견에 따라 A 씨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서울 한 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A 씨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다 낙방하고 이후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으나 수차례 떨어졌다. A 씨는 숨지기 전 신용불량 상태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연이은 시험 낙방과 이에 따른 생활고 등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공무원 1만2000명을 뽑겠다고 발표했다가 1만여 명으로 축소했고, 그나마 현재까지 중앙공무원 2600명만 예정대로 채용했을 뿐이다. 지방공무원의 경우 7500명 중 4500명을 아직 뽑지 못했다. 처음부터 달성하기 힘든 목표였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노량진의 한 공무원 학원 관계자는 “애초 정부 발표 때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려는 사람이 늘어 모처럼 훈풍이 돌다가 예상과 달리 지난해 채용이 더뎌지자 수험생들의 심리적 압박감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취업원서를 쓰고 있지는 않지만, 학원에 다닌다는 이유로 취업준비자로 분류되는 사람도 늘고 있다.

14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취업준비자로 분류되는 사람은 전년 대비 7만 명 증가한 67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무원을 대거 뽑겠다고 하면 (취업난에) 청년들이 몰리게 마련”이라며 “기대감에 부풀어 공시생의 길로 뛰어들었다가 되레 경쟁이 치열하다는 사실을 접하면 좌절감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