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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특수어과 학생들
성추행 교수 경고 계정 운영
“전공 살리고 싶어 피해 감수”
부산대·한양대서도 잇단 폭로

대학가에서 교수에 의한 성폭력 피해 폭로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외대에서는 학생들이 SNS를 통해 특정 교수에 대한 경고 계정을 운영하는 동시에 추가 피해사례를 공개 접수하고 있어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한국외대 측은 16일 “구체적 피해 사실을 파악한 뒤, 진상조사위를 여는 등 본격 대응에 착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트위터에는 한국외대 A 교수를 조심하라는 ‘경고 계정’이 운영되고 있다. A 교수가 자신의 교수실 등에서 어깨 뭉친 곳을 풀어준다면서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는 등 제자를 추행했다는 주장 등이 실려 있다. 글쓴이는 “쪽지를 열어둘 테니 A 교수로부터 피해를 보거나, 피해를 목격한 분들의 연락을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익명 게시판인 페이스북 한국외대 대나무숲에는 모 학과 소속 전임교수이자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B 교수에 관한 폭로 글이 올라왔다. B 교수가 지방 벚꽃 축제에 다녀온 학생에게 “남자친구랑 자러 간 거냐, 벚꽃을 보러 간 거냐”라고 하거나 “남자랑 옷 벗고 침대에 누워 본 적 있느냐”고 하는 등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질문을 일삼았다는 주장이다. 팔뚝을 꼬집거나 쓰다듬는 것은 물론이고, 긴 머리를 한쪽으로 직접 치워가며 학생의 목덜미를 손으로 쓰다듬었다는 사실도 폭로됐다.

학생들은 소수언어 학과가 대부분인 한국외대의 특성상, 학과 교수가 교실은 물론 학계에서도 절대 권력을 행사하다 보니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다른 대학에는 전공 과정이 없고 이 대학에서만 가르치는 학과가 많다 보니, 학계 내에서 큰 권력을 가진 교수에게 싫은 소리를 했다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두려워 불만을 표출할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A 교수 경고 계정 작성자는 “전공을 살리고 싶은 학생들은 ‘독 안에 든 쥐’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대학의 사례도 잇따르면서 대학가는 들불처럼 번져가는 ‘미투(Me Too)’ 운동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부산대에서는 한 교수가 수년간 학생에게 상습적인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잇달아 제기됐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 교수는 ‘기 살리기 운동’이라는 명목으로 여학생의 몸을 더듬었다. 손과 허벅지를 만지거나 허리에 손을 올리기도 했다. 한양대에서도 미투 고발로 교수 1명이 수업에서 배제되고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당시 학과장이었던 이 교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 중 여학생의 허리를 감싸 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재연·김수민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