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충격적’인 고용통계가 나왔다. 30만 명대를 유지하던 월 취업자 증가 폭이 지난 2월 10만 명대로 뚝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10년 1월 이후 8년1개월 만에 최저다. 속 내용도 심상찮다. 과속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권 업종의 취업자수가 유독 급감했다. 아파트 경비원, 미화원 관련 업종을 포함, 도매·소매업, 숙박·음식점업에서만 14만5000개 일자리가 날아갔다. ‘최저임금의 저주’가 수치를 통해 본격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조선·자동차 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제조업 취업자 증가 폭도 작아졌다. 구조조정이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하면 고용지표는 더 악화할 공산이 커졌다. 물론 청년실업률도 나아질 리 만무하다.

물론 이 지경까지 온 ‘고용절벽’을 문재인 정부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 정부가 2003년부터 지금까지 1년에 두 번 꼴로 일자리 대책을 쏟아냈지만 개선은커녕 악화만 하니 그렇다. 그럼에도 문 정부가 사태를 날로 악화시키고 있는 건 분명하다. 출범 이후 영세 자영업자 폐업이 속출하고 해외투자로 눈 돌리는 기업도 늘어만 간다. ‘소득주도 성장’ 미명 아래 양산한 반(反)시장 정책이 주범이다. 최저임금 1만 원,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법인세 인상이 대표적이다. 역대 정부 중 최다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정부가 ‘거꾸로 정책’만 골라 쓰니 갑갑할 뿐이다.

원인을 알고, 그 원인을 제거하면 문제는 절로 해결된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반시장·반고용 정책을 재고할 생각은커녕 더 강화하려는 궁리만 한다. 15일 내놓은 청년 일자리 대책도 마찬가지다. 이번 방안은 ‘파격적’이었어야 했다. 문 대통령이 장관들을 공개 질책하며 재난 수준의 청년실업을 막을 ‘특단의 대책’ 마련을 강력 주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붕어빵’ 아류다. 추경(追更)예산 편성에 청년 일자리와 연계한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 정도의 복창이다. 혈세를 쏟아부어 ‘하질(下質)’의 한시적 일자리라도 만들어 81만 개 일자리 공약을 어떻게든 지켜보려는 심산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일자리는 정부가 아닌 민간에서 나온다. 이를 부정하는 어떤 정책도 지속 가능한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없다. 기업이 마음껏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해낼 수 있는 환경을 정부가 조성하는 것이 고용정책의 정도(正道)다. 문 정부 경제팀은 대증요법에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노동개혁, 규제혁신, 서비스산업 육성 등과 같은 근원적 처방 중 하나만에라도 진력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