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부품’ 큰손 떠오른 日… 1990년대 榮華 되찾는다

14개월째 출하액 10%대 증가
통신·자동차 센서 기술력 월등
韓, 스마트센서 日서 전량 수입

‘제2의 반도체’ MLCC도 장악
이대로가면 기술적 종속 우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부품 공급기지로 거듭난 ‘전자왕국’ 일본이 돌아왔다. ‘잃어버린 20년’ 동안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을 바꾼 일본 기업들이 1990년대 호황기 재현에 나섰다. 수출 주도형의 일본 성장 모델을 재가동한 동력은 부품 산업이다. 과거 일본 기업들이 눈에 보이는 소비재에 강했다면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과 연계된 제품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큰 손’으로 떠올랐다는 게 눈에 띄는 변화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전자 부품의 출하액은 2016년 말부터 반등해 14개월째 5~10%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성장판’이 닫힌 소비재 시장 대신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공략해 전자 부품 매출을 크게 올린 덕분이다.

가장 강점을 가진 부품은 센서(sensor)다. 모든 것을 연결하는 4차 산업혁명이 센서에서 시작된다고 할 만큼 핵심 부품이다. 스마트 기기뿐만 아니라 자동차, 건축물, 도로 등 적용 범위가 넓은 반면 기술집약도 역시 높아 진입하기 까다롭다. ‘센서 강국’으로 불리는 일본의 기술력은 독보적이다. 대표적인 기업은 키엔스다. 공장 자동화에 쓰이는 센서를 비롯해 자동차, 반도체, 통신,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센서를 내놓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자동차부품, 헬스케어, 스마트 공장 등 4개 분야 센서에서 강점을 가진 옴론은 최근 로봇과 센서 기업을 인수해 기술력을 보강하고 있다.

제2의 반도체로 불리면서 모든 전자제품에 적용되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시장도 일본이 장악했다. ‘글로벌 톱 5’ 가운데 4곳이 일본기업인데 한국기업은 2위인 삼성전기가 유일하다. 글로벌 1위인 무라타 제작소는 애플의 주요 공급처다. 3위 기업인 TDK는 자동차용 MLCC를 개발한 데 이어 이달 초 미국기업 칩마이크로시스템스를 인수해 초음파센서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내연기관차의 종말에 대비해 전장 부품 개발에도 발 벗고 나섰다. 로봇 관련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은 최근 중국기업들에 부품 공급량을 늘리고 있다. 김보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전자제품의 고(高)사양화, 소형화, 다기능화 등으로 부품 기술력이 곧 경쟁력”이라며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 전자부품기업들은 한국에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전자 부품 기술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센서는 거의 전량 수입하고 있다. 환경 센서 등은 선진국 기술력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부품은 일본 의존도가 높아 대일 무역적자의 원인으로도 꼽힌다. 이대로라면 일본에 기술적으로 종속되는 동시에 일본을 상대로 고달픈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소재·부품 산업은 정부와 기업이 협업해야 하지만 그간 체계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정부는 없었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문화일보

문화일보

‘스마트 부품’ 큰손 떠오른 日… 1990년대 榮華 되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