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증거·재판 등 필요해
모든 피해자 구제에는 ‘한계’

한국가스안전공사를 시작으로 공공기관 채용 비리 피해자 구제가 본격화했다. 하지만 피해를 보았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하고, 일부는 피해 발생 시점에서 너무 시간이 흘러 완전 구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가스안전공사는 채용비리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1심 판결 후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피해자 8명을 올해 하반기에 채용한다. 채용비리 피해자 총 12명 중 8명이 입사를 희망해 가스안전공사 인사위원회가 이들을 채용키로 한 것이다.

기재부는 가스안전공사와 같이 채용비리가 발생한 공공기관이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공소장이나 판결문을 통해 피해자가 특정되면 그것을 근거로 구제(채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가스안전공사가 피해자 구제에 나섬에 따라 다른 기관에서도 억울한 탈락자들이 뒤늦게 기회를 얻는 사례가 나올 전망이다. 하지만 기관에 따라서는 채용비리에 따른 부정합격자를 확인하고도 피해자를 구제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관련 자료가 남아 있지 않으면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어서다. 자료 보관 기한이 지난 기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수사나 재판을 통해 피해자가 특정돼야 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기재부 측은 피해자 구제 역시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조건 내에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채용비리 구제 방식이 다시 채용해주는 것 외에 없다는 점 역시 기관에 부담이다. 일부 피해자의 경우 비리 발생 이후 다른 곳에 취업한 상태여서 이들이 구제받기 위해선 해당 공공기관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특히 대규모 채용비리가 있었고, 지금도 수사가 진행 중인 강원랜드는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전망이어서 채용 이외에 민사 비용도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가 세운 기준에 따라 각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피해자 구제 조치를 할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억울한 피해자가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