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단에 300여 업체 입주
지역 제조업 85% 이상이 ‘鐵’

美 관세 25% 부과 현실화 땐
포스코부터 중소사까지 타격

음식점 매출 급감 ‘폐업 위기’
아파트 가격 급락… 거래 ‘뚝’

“지진 충격과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주력산업마저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불안하고 답답합니다.”

‘철강 도시’ 경북 포항이 미국 정부의 수입 철강 관세(25%) 부과 계획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11월과 지난 2월 잇따랐던 강진과 여진 피해 상처가 아물지 않은 가운데 설상가상의 관세 직격탄이 발표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지역 경제의 심각한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13일 포항시와 포항철강산업단지에 따르면 포항의 2014년 기준 지역 내 총생산(GRDP)은 17조4781억 원이며 이 중 제조업이 7조4444억 원으로 42.6%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 가운데 철강산업 비중은 85%를 웃돌 정도로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포항철강산단에는 지난달 말 기준 300여 개 업체가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1만9000명(포스코 제외)의 근로자가 철강 생산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일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철강 관세를 부과하면 유정용 강관과 송유관의 대미 수출 비중이 71%인 세아제강과 전체 생산량의 80% 정도를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넥스틸 등 수출업체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게 포항철강산단의 설명이다. 포항철강산단 관계자는 “강관 등의 생산이 줄어들면 포스코 등 원료 생산업체도 어려움을 겪고, 이 여파는 산단에 있는 중소 철강업체로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시 북구 장성동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진 여파로 아파트 매매가 사라지고 가격만 하락하고 있다”며 “철강 관세가 적용되면 주택경기는 더욱 침체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또 남구 철강산단 인근 한 음식점 측은 “지진 이후 30% 정도 떨어진 매출이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철강경기가 위축되면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시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해외 신흥시장 개척을 위해 시청에 ‘철강제품 수출 상황실’을 운영하는 한편, 긴급 경영안정자금 특별 융자를 위해 시중은행과 협의하고 필요한 예산도 확보하는 등 기업 지원에 전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항은 지난해 11월 15일 규모 5.4의 강진으로 주택 등이 파손돼 672억 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 또 지난 2월 11일 규모 4.6의 여진 이후 이날 현재 4만5000여 건의 각종 시설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포항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