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게임장벽’에… 1년째 ‘판호’ 못받는 韓업체들

작년 2월 넥슨에 발급 이후
中, 韓업체에 허가권 全無

중소업체, 中대행업체 통해
상표권 등 모든 권리 넘기고
‘내자 판호’고육지책 선택
수익 등 모두 떼이기까지

지난해 중국에 게임을 출시했다가 개발비를 한 푼도 못 건진 채 핵심정보인 소스코드마저 빼앗긴 중소게임업체 A사. 중국 당국이 지난해 3월부터 한국 게임에 판호(版號·게임 서비스 허가권)를 일절 내주지 않자 A사는 고육지책을 택했다. 중국 게임에 쉽게 발급되는 ‘내자 판호’를 받은 것이다. 수익을 나눈다는 조건으로 중국대행업체가 요구한 상표권, 소스코드, 지적재산권(IP), 부가판권 등 게임에 대한 모든 권리도 함께 넘겼다. 중국산으로 바뀐 게임은 꽤 인기를 끌었지만, 대행업체가 ‘먹튀’를 하면서 이익은커녕 개발비조차 건지지 못했다.

지난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사태로 한국 게임의 중국 수출길이 막힌 이후 중국 시장 판로가 절실한 일부 중소업체가 사각지대에서 피해를 입고 있다. 한·중 외교 경색국면이 산업현장에서 기업들 피해로 이어지는 와중에 개발 노하우 등 기술도 유출돼 한국 게임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지난해 3월부터 한국 게임에 발급한 판호는 0건이다. 지난해 2월 넥슨과 스마일게이트가 마지막으로 받은 이후 넷마블게임즈와 엔씨소프트가 신청한 판호 발급 여부는 감감무소식이다. 연간 35조 원대 규모인 중국 게임 시장은 북미와 유럽보다는 접근성이 좋아 한국업체들로서는 놓칠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게임 서비스를 하려면 외국산 게임에 발급하는 외자 판호를 받아야 하는데 최근 여러 가지 이유로 발급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대형업체들도 1년째 판호를 받지 못하자 일부 중소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내자 판호를 신청하는 편법을 택하고 있다. 대형업체들이 요구할 수 있는 조건을 꼼꼼하게 따져가면 흥행주기가 짧은 게임의 출시 시기를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내자 판호를 받고 수익을 공유한다 해도 아이디어와 개발 노하우 등이 중국업체에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를 이용해 중국업체들이 게임을 만들어 유통해도 속수무책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업체들은 한국에서 별다른 장벽 없이 돈을 벌고 있지만 한국업체들은 중국에서 수출길이 막히자 궁여지책으로 법적 보호조차 받을 수 없는 내자판호를 신청하고 있다”며 정부당국이 손을 놓은 사이 “중소업체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유출돼 경쟁력을 깎아 먹는 원인이 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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