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지은 씨가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를 통해 12일 공개한 자필편지의 일부.

前 정무비서, 자필편지 공개

“나에관한 거짓얘기 다 들어
무분별한 온라인 공격 노출
가족관련 허위정보는 안돼”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전 정무비서 김지은 씨가 12일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2차 피해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 씨는 이날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를 통해 자신의 심경을 적은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그는 A4용지 두 장 분량의 손글씨로 쓰인 편지에서 “저는 평범한 사람이다. 저를 비롯한 저희 가족은 어느 특정 세력에 속해 있지 않다”며 “더 이상 악의적인 거짓 이야기가 유포되지 않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편지는 3월 11일자로 돼 있다. 앞서 김 씨는 6일 안 전 지사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등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한 뒤 9일 오전 10시쯤부터 10일 오전 9시 30분까지 23시간30분에 걸친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김 씨는 편지에서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소신으로 리더의 정치관을 선택했다”며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캠프에 참여했고 열심히 일했지만, 지금은 도려내고 싶은 시간으로 기억될 뿐”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그제는 차분히 검찰 조사를 받았다. 진실만을 말씀드렸다”며 “여전히 힘든 상태지만 꼭 드려야 할 말씀들이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폭로) 이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숨죽여 지내고 있다”며 “신변에 대한 보복도 두렵고, 온라인을 통해 가해지는 무분별한 공격에 노출돼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저에 대해 만들어지는 거짓 이야기들 모두 듣고 있다”며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고, 누가 그런 이야기들을 하는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누구보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가족들도 2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저에 관한 거짓 이야기들은 수사를 통해 충분히 바로 잡힐 것들이기에 두렵지 않다”며 “다만 제 가족들에 관한 허위 정보는 만들지도, 유통하지도 말아주길 간절히 부탁드린다. 가족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김 씨는 “잊고 싶고 말할 수 없던, 그 힘겨웠던 기억들이 지난 2월 말 다시 일어났다”며 “앞으로 계속될 것 같았고,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막고 싶었기에 사건을 세상에 알려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 큰 권력 앞에 저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저를 드러내는 것뿐이었다”고 적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