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강군夢’ 방파제는 韓美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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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연세대 교수·국제정치학

지난 3·1절 기념 행사가 열린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앞에 서 있는 독립문. 그 현판을 쓴 사람이 이완용인지 김가진인지 논란이 있지만, 독립문이 청나라 사신을 맞던 영은문(迎恩門) 자리에 세워졌다는 사실엔 이견이 없다. 1897년 건립 당시의 독립이란 중국의 조공 체계에서 벗어났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대(事大)의 역사를 머금은 채 고스란히 남은 영은문 돌기둥 너머로 염려스러운 소식들이 전해진다. 올해에만 중국 군함이 한·중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서해 중간선을 20차례 이상 넘어왔고, 군용기는 동해상 방공식별구역(KADIZ)을 2차례나 무단 진입했다.

중국의 군함과 군용기가 동해와 서해를 넘나드는 것은 중국의 전통적인 안보적 이해 구도가 강군몽(强軍夢)으로 부활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0월, 인천상륙작전으로 승기를 잡은 국군과 유엔군이 질주하다시피 1번 국도로 북상해 평양을 점령하자 펑더화이(彭德懷)가 이끄는 중국군이 개입했다. 황급히 후퇴하는 과정에서 국군과 유엔군의 피해는 막대했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한반도를 결코 적대세력의 영향권 아래 두지 않는다. 신라의 삼국통일전쟁 때도, 임진왜란 때도, 또 구한말 임오군란 때도 그랬다. 순망치한(脣亡齒寒). 중국이 항미원조(抗美援朝) 선언에서 북한을 입술, 만주를 이(齒)에 비유한 것이다. 반면 한반도 통제권을 원(元)에 빼앗긴 송(宋), 청(淸)에 뺏긴 명(明)과 일본에 뺏긴 청은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갔다.

6·25전쟁이 휴전된 지 65년. 중국에서 발 마사지 받으며 우리 경제성장의 달콤함을 맛본 것도 잠시, 지금의 우리 경제는 요우커(遊客)들이 돌아오길 애타게 기다린다. 마오쩌둥이 나라를 세웠고(建國) 덩샤오핑이 부자로 만들었으며(富國) 이제 시진핑이 강국(强國)을 만들 차례란다. 중국 중심의 아시아 질서를 재건하고 나아가 미국과의 세계 양강 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큰 그림이 한반도란 부분에서 작은 획들로 동해와 서해에서 나타난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밀어붙일 땐 반드시 균형의 포석을 둬왔다. 조지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에 대해선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러시아와의 합동군사훈련이란 역사적 한 수를 뒀다. 이번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진 북한 코피내기 작전이 자칫 중국의 입술을 깨는 지정학적 자충수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아니,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북핵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근의 관세 폭탄까지 미 트럼프 행정부와의 불협화음으로 생긴 틈새를 중국의 경제와 안보 압력이 메우려 하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를 포기한 적이 없으며 지난 65년간 잠시 놔뒀을 뿐이란 사실을 환기시키려는 듯하다. 강군몽을 넘어 곧 제국몽을 꿈꿀 중국이 우리를 역사적으로, 또 국제정치적으로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 알아야 한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호주와 인도, 일본만 언급했을 뿐 한국은 거론하지 않았다.

한·미 동맹은 우리 안보의 생명줄이다. 시(習)황제의 태풍을 막아줄 방파제는 북한이 아니고 서해상에 진입하는 미국의 항공모함임을 잊어선 안 된다. 남북관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해서, 또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력이 거세다고 해서 결코 포기하거나 홀대해선 안 된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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