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4호선 미세먼지
경기 “정부 기준 초과했다”
서울 “측정 방식이 엉터리”

‘대중교통 무료’ 舌戰 이어
미세먼지 신경전 ‘2라운드’

경기도와 서울시가 미세먼지를 놓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150억 원의 혈세 낭비 논란 끝에 사업이 중단된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놓고 맞붙였던 두 지방자치단체가 이번에는 서울 지하철 대기질 조사 결과를 놓고 충돌했다. 경기도가 서울 지하철 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을 초과했다고 하자, 서울시는 즉각 “미세먼지 측정 방식이 엉터리”라고 반발했다. 이에 경기도는 “정부 지침을 준용한 조사 결과”라며 재반박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6월 지방선거와 당내 경선을 앞두고 서로 협력해야 할 사안을 갈등으로 부풀려 정치적 주목도를 높이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두 지자체에 따르면 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3일 SNS를 통해 “경기지사가 잘못된 미세먼지 농도 측정방식으로 조사된 엉터리 조사결과를 발표해 서울교통공사의 신뢰와 명예를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최근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실시한 지하철 객실 공기질 검사 결과에 따르면 1호선의 미세먼지 농도는 228.8㎍/㎥, 4호선은 308.7㎍/㎥로 환경부 권고기준(200㎍/㎥)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남 지사는 서울 지하철 1·4호선의 미세먼지 농도가 환경부 권고기준을 초과했다며 서울시에 개선을 권고했다.

윤 부시장은 “원래 6시간 이상 측정해야 하는데 경기도 보도자료를 확인한 결과, 2.5시간만 측정했다”며 “외기 공기질이 보통인 날에 측정한 신분당선 공기질과 매우 나쁨 수준인 날에 측정한 4호선 공기질을 단순 비교하는 등 측정 조건도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미혜 경기도보건환경 연구원장은 “환경부의 실내 공기질을 위한 대중교통 차량 제작 및 운행 관리지침에 따르면 노선의 시작점과 종착점까지 하도록 한다고 돼 있을 뿐 시간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1호선은 천안역부터 청량리역까지 한 것이고, 4호선도 오이도에서 당고개까지 측정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2.5시간 정도 측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측정 조건이 다르다는 지적이 있지만, 각 조사 상황의 외부 대기질이 검사를 다시 해야 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어서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남 지사는 지난 1월 중순 서울시가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을 시행하자 “효과가 없는 혈세 낭비·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난하며 공개 토론을 요구한 바 있다.

수원 = 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