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역사 주류(主流)’를 바꾸겠다는 취지를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했다. 3·1절 제99주년 기념사에서 문 대통령은 “3·1운동의 정신과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대한민국 역사의 주류로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건국(建國)’으로 또 규정하며 “(내년인)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평화에 기반한 번영의 새로운 출발선으로 만들어나가겠다”고도 했다. 촛불시위에 대해 “국민 주권의 역사를 되살려냈다”며 그 뿌리가 3·1운동에 닿아 있다는 주장도 했다.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한 차원을 넘어 위험하고 오만한 역사 인식으로 비친다.

어느 나라든지 시대에 따라 요구되는 주류가 다를 수 있고, 그 역할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학계의 몫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도 독립운동을 거친 해방과 건국·산업화·민주화 등 시기마다에 대해 역사학계를 포함한 학계에서 학문적 연구를 통해 평가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물론, 일제 강점기의 3·1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은 역사적 의미가 크고, 그 정신은 당연히 계승해야 한다. 건국→산업화→민주화로 이어진 각 시기마다의 시대 정신도 마찬가지다. 그 정신을 실천한 세력 모두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든 주류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 발상은 3·1운동→임시정부 수립(건국)→촛불시위→문 정부로 이어지는 역사만 부각해야 할 대상으로 삼은 셈이다. 보수 세력을 어떻게든지 역사의 주류에서 제외하려는 발상 외에 달리 배경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역사의 주류는 문 대통령이 자의(恣意)로 교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학계 이견(異見)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건국 시점도 마찬가지다. 정치 아닌 학문의 영역이다. 문 대통령이 거듭 못 박은 대로 굳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 권력이 밀어붙인다고 해서,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야말로 근대 국가의 3요소인 영토·국민·주권을 갖춘 실질적 건국이라는 견해의 타당성이 없어지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