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장수용 대표가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르미에르빌딩 내 사무실에서 그동안 라운드를 통해 받은 이글 패·트로피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장수용 창희물산㈜ 대표

파5 40m 남기고 어프로치…
튀지 않고 데굴데굴 땡그랑!
“입문 25년 만에 처음” 고백에
동반자 어리둥절한 표정 생생

2008년 妻家식구들과 라운드
78타… 생애 첫 싱글하고 침묵
아직도 ‘싱글 패’ 받아보지 못해

장수용(58) 창희물산㈜ 대표는 얼마 전 혹한 속에서 골프 친 지 25년 만에 생애 첫 이글을 기록했다. 장 대표는 영하 10도 이하의 맹추위가 엄습했던 지난 1월, 경기 파주의 서원힐스 골프장에서 지인들과의 라운드에서 칩인 이글을 뽑아냈던 것. 이날 파 5홀이던 9번 홀에서 40m를 남기고 친 세 번째 어프로치 샷이 홀 앞에 떨어지더니, 홀로 빨려 들어갔다.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르미에르빌딩 내 창희물산 사무실에서 장 대표를 만났다. 장 대표는 “영하의 날씨여서 라운드 시작 때만 해도 그린이 얼어 통통 튀었지만 내리쬐는 햇살 덕에 9번 홀에 이르자 그린이 녹으면서 공이 크게 튀지 않고 홀로 굴러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동반자들은 장 대표의 이글을 두고 두 번이나 놀랐다. 한겨울에 이글을 뽑아낸 것도 신기했지만, 늘 싱글 핸디 캐퍼의 기량을 자랑하던 장 대표가 “생애 첫 이글이었다”고 고백하자 의외라는 표정까지 지었다.

사실 장 대표가 ‘싱글’ 맛을 본 것은 10년 전이다. 그동안 70대 스코어를 숱하게 작성하고도 ‘싱글 패’는 정작 아직껏 받지 못했다. 장 대표는 기아자동차 해외영업총괄팀장 시절이던 1990년대 중반부터 골프채를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1999년 회사를 그만두고 한동안 골프를 칠 시간도 없어 등한시했다. 처음 70대를 친 것은 2008년. 한 포럼에 참석차 제주에 갔다가 때마침 여행 온 장인과 처가 식구들과 라온 골프장에서 라운드 중 78타를 쳤던 것. 처가 식구들 역시 장 대표와 첫 라운드였지만, 수준급 골프에 감탄하는 모습이었다. 장 대표는 아직 첫 싱글을 해보지 못했다는 말이 안 떨어져 머뭇거리다가 싱글 패를 받지 못했다.

장 대표는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하면서 몇 해 동안 자리를 잡으려다 보니 제대로 골프에 집중할 수 없었기에 70대 진입이 늦었다. 이후에도 70대를 치고도 싱글 패에 대한 언급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상복은 많았다. 2009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최고경영자과정의 골프모임이 열렸던 경기 양평 양평TPC에서 77타를 쳐 메달리스트 겸 우승컵을 차지하기도 했다. 2년 전 강원 홍천 소노팰리체 골프장의 한 포럼 주최 골프 모임에서 79타를 쳐 우승한 적도 있다. 처음 갔던 골프장이었지만 상을 받자 우승 소감으로 즉석에서 ‘골프 강의’를 한 적도 있다.

장 대표는 그동안 해외에서 골프를 칠 기회가 많았다. 오랫동안 해외 영업과 무역 업무를 해온 장 대표는 80여 나라를 다녀봤다. 항공사 마일리지만 200만 마일이 넘을 정도다. 해외 골프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4년 전 미국 하와이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였다. 호놀룰루 숙소 근처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개최지인 코올리나 골프장에서 라운드한 경험이 있다. 이 골프장은 롯데챔피언십이 열리는 곳이다. 가족에게 양해를 구하고 골프장에 아침 일찍 도착해 생면부지의 일본인들과 조인해 18홀을 돌았다. 회원이던 일본인들은 장 대표가 처음 라운드하면서도 77타를 치자 “선수 출신 아니냐”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장 대표의 기량 유지 비결은 무작정 공을 때리는 연습이 아닌, 효율성을 높인 몸에 밴 의도적인 샷 연습이다. 아파트 단지 내 실내연습장을 1주일에 한 번 정도 가지만 연습 시간만큼은 효율적으로 쓰는 편. 연습장에 시뮬레이터가 설치돼 있어 샷을 할 때마다 거리와 구질이 나타나기에 우선 웨지를 들고 5m 단위로 끊어서 60m까지 연습 공을 친다. 그런 다음 아이언은 로볼과 하이볼, 여기에 스트레이트, 드로, 페이드 등 구질별로 클럽 한 개로 11개 정도씩 친다. 이렇게 골프 백에 있는 모든 클럽을 활용해 연습한다. 굳이 연습장에서 땀을 흘릴 필요가 없다는 장 대표는 주로 감각을 익히기 위해서 다양한 구질을 실험해 본다는 설명이다.

장 대표는 장타자다. 40대까지만 해도 드라이버로 250m를 보내기도 했다. 요즘에도 거리가 줄었지만 230m 정도는 너끈하게 보낸다고. 장타력은 ‘유연성’이 좋아 백스윙에서도 허리를 많이 돌려치는 편이다. 체격에 비해 거리가 멀리 나간 이유였다.

장 대표가 지금까지 기록한 베스트 스코어는 1오버파다. 장 대표는 이전까지 70대 타수를 주로 쳤고, 5∼6오버파를 칠 시절이던 2011년 경기 고양의 뉴코리아 골프장에서 작성했다. 오래전에 만들어진 골프장이라 그린이 홀마다 2개가 있어 작았고, 그린이 솟아오른 ‘포대 그린’이어서 공을 그린에 올리기가 쉽지 않은 곳이었다. 당시만 해도 이 골프장의 ‘백티(Back Tee)’에서 치면 파 73이었다. 장 대표는 버디는 1개였지만 보기는 2개만 기록했다. 장 대표는 한 라운드 최다 버디를 5개까지 기록했을 때 칩인 버디를 3개나 뽑아냈던 기억도 있다.

장 대표는 독립 후 지금의 창희물산을 설립해 국산 완성 자동차 수출을 했다. 기아차 재직 시 쌓아온 바이어를 인맥으로 활용하면서 변방이던 시리아나 중동 위주의 10여 나라에 눈을 돌렸다. 한 번에 400대씩, 50억 원어치의 주문은 예사였고, 최대 3000대까지 오더를 받고 선적 기일을 맞추지 못해 애를 태웠던 적도 많았다. 이후 중국이나 일본 등의 자동차도 중계무역을 하면서 월 LC 한도액이 250만 달러에 달할 때도 있었다. 몇 해 전부터는 중국과 함께 의료협업을 하면서 별도 법인을 만들어 국내 유명 메이저 병원에 헬스케어 관련 의료기기를 납품하고 있고, 중국 상하이(上海)에 ‘한국 몰’을 건설 중인 ‘K랜드 홀딩스’의 파트너로도 참여하고 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