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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중국학

시진핑(習近平) 시대, 지난 40여 년간 중국을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시대와 결별하기 위한 제도 정비가 중국에서 계속되고 있다.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통상 가을에 여는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헌법상 최고 권력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지금은 명목상의 국가원수지만 한때 권력의 정점이었던 국가주석의 연임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헌법 개정 건의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은 당이 통치하는 국가다. 당 총서기와 군 통수권자인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국가 최고지도자가 되는 것은 현행 제도상 당연한 일이다. 이번 개정 논의는 임기 제한이 없는 당 총서기와 군사위원회 주석직에 맞춰 국가주석의 연임 제한을 없애 당권(黨權)을 유지한다면 국가주석직도 계속할 수 있다는 중국식 ‘장기 집권’에 대한 가장 강력한 시그널이다. 18기 6중전회에서 시진핑에 대한 1인 우위 ‘핵심(核心)’ 지위 인정, 지난해 19차 당대회(19대)에서 다음 지도자를 지정하는 격대지정(隔代指定)의 관례를 깬 이유를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이외에도 3중전회의 건의안은 19대 당장에 삽입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헌법에 추가했다. ‘중국공산당의 영도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라는 구절을 삽입해 공산당의 통치 합법성을 최초로 헌법에 명기해 당이 곧 국가라는 당국(黨國)체제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국가와 중국 특색 사회주의와 동급이라는 의미다. 또,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관철하기 위한 국가감찰위원회 신설과 시진핑 시대를 규정하는 단어로 ‘개혁’을 헌법 조문 곳곳에 삽입해 ‘시진핑 개혁 정권’의 이미지 수립에 부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당국은 공식적으로 ‘인민들이 원해서’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시진핑 지도부가 예상보다 서둘러 확고한 1인 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19대에서 2050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 완성을 ‘중국 꿈(中國夢)’으로 천명한 이상 일정 기간 시진핑 체제 같은 일관된 지도력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편다. 또한, 시진핑 시대를 관통하는 헌법 정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시진핑은 중국을 나누어 관리하는 정치국 상무위원들 간의 분관(分管) 정치 시스템은 일사불란한 정책 집행에 걸림돌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마오쩌둥(毛澤東) 절대권력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덩샤오핑에 의해 구축된 집단지도체제를 와해시키는 부담이 있다. 만일 이 시도가 효율적 정책 추진을 앞세운 장기집권 시도라면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다. ‘강력한 1인 독재 시대로의 회귀’나 정치 제도화의 후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도가 마련됐다고 장기집권으로 바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적절한 성과가 뒤따른다면 과도한 권력집중에 대한 경험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국민의 선택일 수 있다.

중국은 이제 새로운 정치적 길로 접어들었다. 확고한 시진핑 1인 체제의 구축은 중국의 선택이다. 시진핑 체제는 세계적 국가를 꿈꾸면서 새로운 국제관계 형성에 주력하면서 새로운 질서의 제정자가 되고 싶어 한다. 기존 미국 중심 질서의 타파와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주도권 확보에 부심하면서 중국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북핵(北核)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문제에서도 ‘중국식 해결’이 더욱 강조될 것이다. 중국의 미래 전략을 더욱 철저히 살피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