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출판기념회가 불법 정치자금 모금 통로로 변질됐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지만 이를 규제하기 위한 국회 입법 작업은 번번이 좌절돼 왔다. 출판기념회로 정치자금을 충당하는 여야 정치권이 이심전심으로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치인 출판기념회에 법적 규제를 가하는 방안이 처음 거론된 것은 지난 2014년 황우여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원 출판기념회 횟수를 4년 임기 중 2회로 제한하고 국정감사, 정기국회, 선거 기간 중에는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같은 해 2월 새누리당이 이 같은 내용의 준칙안을 내놓은 데 이어 민주당 역시 출판기념회 도서를 정가판매하고 수입과 지출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의원 윤리실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제6회 지방선거(2014년 6월 4일) 등이 맞물려 출판기념회가 봇물을 이루면서 유야무야됐다.

같은 해 9월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가 다시 정치인 출판기념회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또 비슷한 시기 출판기념회 때 도서 정가판매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가 19대 국회의 임기 종료(2016년 5월 29일)로 폐기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4년 10월 출판기념회 개최 여부를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고, 출판기념회에서 출판사가 책을 정가로 판매하는 행위만 허용하는 내용의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2016년 10월 국회의장 자문기구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의 관련 보고서도 묵살됐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