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참여와 저항의 시인으로 알려진 김수영은 한국 현대문학에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한 작가다. 이영준 교수는 “현재 한국시의 많은 부분이 김수영에게 빚지고 있다”고 말했다. 민음사 제공

- 이영준 교수, 死後 50년 기념 ‘김수영 전집’ 출간

국내최고 김수영 연구 학자
생전시집 ‘달나라의 장난’등
현존 354편 全작품 집대성

과감하고 실험적 詩작법과
정치참여 성찰 보여준 시인
“韓문학 독자성 형성 이바지”

“김수영은 마침표를 쓰지 않은 시인이다. 그가 마침표 하나까지 고민할 때 한국문학사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한문의 전통, 식민지 일본, 그리고 영어권 인쇄 문화로부터 발전해 한국문학의 독자성을 만드는 데 이바지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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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문학의 대표적 시인 김수영(1921∼1968)의 작품을 아우른 ‘김수영 전집’(2권·민음사)이 고인의 사후 50주년을 맞아 새로 출간됐다. 김수영 연구에 관한 한 국내 최고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이영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오랫동안의 연구를 통해 집대성한 결정판이다. 1권은 시, 2권은 산문으로 구성돼 있다.

이영준 교수와 민음사는 27일 이에 대한 출간 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김수영 전집’의 탄생 과정과 이전 전집과의 차이점, 출간의 의미 등을 설명했다.

김수영은 한국 현대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시인이다. 과감하고 실험적인 시작법으로 현대 모더니즘의 뿌리가 됐고 문학의 정치 참여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보여줬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전쟁 때 징집됐다가 포로수용소 생활을 하기도 했으며 1960년 4·19가 발발하자 현실과 정치를 직시하는 태도로 작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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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바탕으로 그의 사후 민음사에서 처음 ‘김수영 전집’이 출간된 게 1981년이다. 김수영의 여동생이자 현대문학 편집장이었던 김수명이 엮어냈다. 김수명은 2003년에 두 번째 판본도 편집했다.

뒤를 이어 이 교수가 2009년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을 펴냈다. 이 교수는 초고에서 시상 메모까지 현존하는 354편의 육필 시 원고를 모았다. 발생론적 관점에서 작품을 재조명함으로써 김수영 연구에 결정적 자료를 제공했다.

이번 새 전집은 1981년 초판본과 2003년 개정판, 2009년 육필시고 전집, 그리고 김수영이 생전에 발간한 유일한 시집인 ‘달나라의 장난’까지 그동안 김수영 연구자들이 밝혀낸 새로운 사실들을 총망라했다.

우선 2003년 개정판의 크고 작은 오류를 바로잡았다. 2003년 이후 새로 발굴된 시 4편, 미발표 시 3편, 미완성 초고 시 15편을 수록했다. 전반적인 편집 체제를 수정하고 시각적 자료를 풍성하게 했다.

민음사 측은 “‘김수영 전집’은 1981년 초판 출간 이후 각각 시는 63쇄, 산문은 47쇄를 찍었다. 판매량으로는 각 5만, 3만 권이 된다. 이는 문학 전집으로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같은 해 마련된 ‘김수영 문학상’과 함께 한국 현대시사의 기념비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여, 침을 뱉어라!’ ‘온몸의 시학’ 등 김수영은 감수성 넘치는 시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높은 사유와 날카로운 현실 감각을 지닌 산문가이기도 했다. 이번 전집의 산문 편에는 일상생활과 사회에 대한 글, 시와 문학에 대한 글 등 22편의 산문과 21편의 일기, 그리고 1편의 편지 등 추가 발굴된 작품이 상당량 수록됐다. 전쟁 직후의 초기 산문이 많이 발굴된 것은 김수영의 의식세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김수영은 일반적으로 참여와 저항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좀 더 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또 그에겐 종교적인 측면도 있었고 포로수용소에서 탐닉했던 건 성서였다”면서 “따라서 김수영의 ‘풀’ 같은 시를 참여시로 보지 않고, 초월적 느낌을 주는 시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대표작 ‘꽃잎’도 참여시가 도달한 가장 높은 수준이면서 동시에 종교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전집을 통해 김수영 읽기의 새로운 세대가 시작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