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구글 ‘혈당 측정 렌즈’.

이미지 크게보기 첨단기술이 체외진단의료기기 영역에서 활발해지는 가운데 유전체검사 연구원이 염기서열 분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 (52) 체외진단 의료기기 시장 급성장

세계시장 522억달러 규모
ICT 결합하며 年 8% 성장

국내서도 대기업 속속 진출
심장질환 年 1조 절감 예상

현재 발의된 관련法 통과땐
허가·시험 등 제도적 뒷받침

미국의 포드자동차와 메드트로닉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 당뇨병 운전자의 혈당을 실시간으로 점검해 위험 수치를 경고하는
‘In-Car-Monitor’를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은 화장실 변기에 소변분석기를 설치, 의료기관에 분석결과를 전송해 건강상태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의사와 환자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상시적 진단과 관리가 가능한 U-헬스케어 의료기기 개발에 한창이다. 혈당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구글의 혈당측정렌즈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대형병원들은 대량의 유전체 정보를 신속히 해독하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검사 장비를 속속 도입하고 있기도 하다. NGS 검사는 환자의 종양 조직과 혈액을 통해 유전자를 확인,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는 최신 진단 기술이다.

체외진단의료기기는 인체에서 유래된 검체를 시료로 우리 몸 밖에서 시험하는 기기로 인체에 적용하는 ‘의료기기’와 구분된다. 이 때문에 체외진단의료기기는 인체 안정성과 유효성을 중시하는 의료기기와 달리 진단검사의 정확성이 핵심이다. 이로 인해 기존의 의료기기에 관련된 법과 다른 체외진단의료기기의 특성에 맞는 법·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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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가칭 체외진단의료기기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기술개발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28일 “관련법이 제정되면 ICT와 결합한 최첨단 체외진단의료기기의 개발과 지원이 활성화될 전망”이라며 “이는 곧 질병의 조기 발견과 맞춤형 치료를 통해 국민의 의료비 지출 증가를 막고, 환자의 치료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급성장하는 세계시장 = 고령화 시대를 맞아 질병의 조기진단 및 관리를 통한 질병 예방이 중요시되면서 체외진단의료기기는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체외진단의료기기 시장은 매년 8%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기준 약 522억 달러 규모다. 로슈·지멘스·다나허·애보트 등 글로벌 상위기업 4개 사가 세계시장의 48.5%를 점유하는 상황이다.

국내 시장은 2015년 기준 약 5000억 원 규모 정도다. 수입제품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어 아직 미미하다. 다만, 질병 조기진단은 부가가치가 큰 산업 분야로 평가받으면서 앞으로 국내에서도 급성장이 예상된다. 심장질환의 경우 연간 1조2000억 원, 유방암 5000억 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기존에는 바이오 벤처 업체들이 개발에 주로 나섰지만 최근 SK, 삼성 등 대기업도 진입하고 있다.

체외진단의료기기는 신제품 개발 경쟁이 활발하다. ICT 융합, 자동화, 소형화, 무선기술 등이 복합적으로 개발되는 추세다. 단일 장비로 많은 종류의 검사를 수행할 수 있는 융합된 장비들이 출현하고, 동일 성능을 보이면서 소형화·자동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우리나라 관련 산업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하고 제품 공급 확대, 신흥시장 우선 진출,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으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 시스템으로는 지원에 한계 = 관련 법제도 마련도 시급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기기 틀에 따라 허가서류와 요건·절차, 임상평가, 표시 등이 요구돼 체외진단의료기기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유럽연합(EU), 중국, 미국 등 주요국가는 체외진단의료기기에 관한 법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체외진단의료기기는 검사의 특성상 시약과 분석 장비·시스템 등 3가지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규정돼 있다. 3가지가 분리되어서는 기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체외진단의료기기는 질병 진단의 민감도·특이도·재현성 검증이 핵심인 만큼 의료기기 허가 심사와 다른 특별하고 정밀한 허가심사기준이 필요하다. 인체에 대한 직접적 위해도는 낮지만 검사결과 오류 시 자칫 개인 또는 공중의 위해도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카바이러스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신종·변종 감염병을 잘못 진단할 경우 사회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체외진단 맞춤형 통합관리 필요 = 정부는 향후 관련법 제정을 통해 체외진단의료기기를 정의하고 등급분류 및 허가, 임상적 성능시험, 표시·광고, 기술 및 국제협력 지원, 표준품 제조·보급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관련법 제정안은 여당의 경우 ‘체외진단의료기기에 관한 법률’, 야당에서는 ‘체외진단의료기기법’ 등의 이름으로 각각 발의돼 있다. 이들 법안은 공통적으로 체외진단의료기기를 시약·장비·소프트웨어 등으로 묶어 하나의 시스템으로 허가 가능하도록 개선하고, 등급 분류 역시 사용 목적과 개인 및 공중보건에 미치는 잠재적 위해성에 따라 품목별로 나누고 있다.

또 첨단의료기기에 대한 변경허가 대상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가벼운 변경은 우수제조기준(GMP) 체계 내에서 관리하도록 했다. 절차를 간소화함으로써 시시각각 변화하는 첨단장비 특성에 맞출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임상적 성능시험의 경우 원칙적으로 임상적 성능시험심사위원회(IRB) 승인만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개선하되, 고위험도 시험에 대해서만 엄격하게 규정을 적용하는 방안도 담겼다.

법안은 또 식약처장 주관으로 체외진단의료기기 안전·지원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마련하도록 하고, 전문가위원회를 통해 분류 및 허가 심사과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