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무기 개발로 야기된 대한민국 안보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북핵 봉쇄’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남북대화→미·북 대화’를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미끼도 던져 놓았다. 이런 와중에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박3일 동안 문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의 안보 책임자들을 줄줄이 만난 뒤 27일 돌아갔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긴밀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특별히 문제가 있는 상황은 없다”고 전했다. 남북 대화와 교류는 물론 한·미 연합훈련, 남북 정상회담, 북핵 등 다양한 논의(論議)가 진행됐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국민은 아무것도 모른다. 김영철은 어떤 공식 메시지도 내놓지 않았고, 문 정부 역시 뒤늦게 간략한 설명만 하고 있다. 김영철이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측이 간접 전달한 게 고작이다. 문 대통령은 26일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과 북한이 빨리 마주 앉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국민은 각 단계별로 진행되는 논의를 정확히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정부는 아주 미묘한 부분을 제외하고 조건부 제안이나 북한 반응 등에 대해 밝히고 국민 동의를 받아야 할 의무가 있다. 남남 갈등과 한·미 균열을 줄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국제 제재 대상인 김영철의 ‘제재 예외’를 양해받고,‘칙사 대접’하면서까지 불러들인 이유는 비핵화의 진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이 없는 상태에서 온갖 대북 대화·지원 제안을 거론했다면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날 “북한과 대화는 오직 적절한 조건(right condition)에서만 할 것”이라면서 지난 25년 동안 역대 행정부의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한 것도 이런 걱정 때문일 것이다. 현 시점에서 대화를 위한 대화는 시간을 끌며 핵무력을 완성하려는 북측에 말려드는 일이다. 정부는 무슨 논의가 오갔는지 국민에게 알리고 동의를 구하는 것은 물론, 동맹국과도 공유하며 공동대응책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