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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적절 조건서만 대화”

클린턴·부시·오바마 직접 거론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 비판
‘비핵화 회담 외엔 무의미’ 강조
제네바 합의式 시간벌기 불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향후 이뤄질 수 있는 미·북 대화에서 ‘비핵화’가 의제이자 목표여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에 이어 이날도 대북 군사적 옵션(선택)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북한에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수용하든지, 아니면 군사적 충돌을 감수하라는 최후통첩성 경고를 날린 셈이다. 결국 미·북 대화 성사 여부는 비핵화 회담을 수용할 것이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결단’에 달린 모양새가 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북 대화 및 대북정책 구상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미·북 대화 개최 용의를 밝힌 지난 25일 이후 매우 일관되고 명확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주지사들과의 연례 행사에서 밝힌 대로 “적절한 조건에서만” 미·북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 과거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적절한 조건’은 1차적으로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지일 수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해 12월 북한과의 무조건부 ‘탐색적’ 대화를 제안하면서도 “북한과 대화를 하려면 일정기간 (북한의 도발) 휴지기가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지프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지난해 11월 “북한이 60일이나 일정기간 도발을 멈춘다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60일 플랜’을 내놓기도 했다. 또 다른 ‘적절한 조건’은 북한이 그동안 꺼리던 비핵화가 회담 의제여야 한다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이날 “어떤 북한과의 대화도 그 결과는 비핵화여야 한다”고 밝히고, 백악관 25일 성명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CVID)’ 원칙을 재확인한 배경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북한과의 대화·협상에서도 전임 행정부와는 다소 다른 경로를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빌 클린턴·조지 W 부시·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를 모두 비판하면서 유독 1994년 제네바 합의에는 더욱 가혹한 평가를 내린 것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대북 중유 공급과 북한 경수로 건설 지원을 겨냥, “클린턴 행정부가 수십억 달러를 북한에 줬고 뭔가를 지어주기까지 했지만, 북한은 합의가 체결된 다음 날부터 핵 연구를 계속했다”고 밝힌 것. 1994년 당시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정밀타격을 심각하게 고려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당시 군사적 옵션 실행이 북핵 문제 해결에 더욱 적합했다는 뉘앙스로 해석될 수 있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시간벌기’식 협상 전략에 속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단호하게 대처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 “2단계 대북제재는 매우 거칠고 전 세계에 불행할 수 있다”고 경고한 데 이어 이날도 한반도에서 “엄청난 인명 피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대북 군사적 행동을 시사한 것이 대표적 방증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비핵화 회담을 수용할지가 1차적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 통전부장이 이날 문재인 정부 인사들과의 연쇄 면담에서 어떤 내용을 언급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