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7일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등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하자, 경제·산업계는 강한 우려를 표시하고,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경제·산업계는 이날 “휴일근로 중복할증 배제·30인 미만 사업장의 특별연장근로 허용 등의 요구를 반영, 대법원 판결 전에 국회가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려 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관공서 공휴일을 민간에 전면 적용하고 근로시간 단축과 더불어 특례업종(무제한 근로 허용)을 대폭 축소하기로 한 것은 앞으로 기업 전반의 생산 차질을 불러오고, 영세 기업의 부담을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기업의 생산 차질과 인건비 증가, 영세기업의 부담 가중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고, 근로시간 단축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연구·개발 조직 등을 위한) ‘탄력적 근로 시간제’ 등을 선진국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추산에 따르면 근로시간 ‘주 52시간’ 단축 이후 현재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연간 12조1000억 원에 이른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휴일에도 쉬기 어려운 서비스업 종사자나 인력이 부족한 소기업에 상대적 박탈감과 비용 부담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영세 기업의 구조적·만성적 인력난이 2023년까지 다 해소되기는 어려운 만큼, 정부는 현장의 인력 실태를 지속 점검하고 인력공급 대책, 설비투자 자금 등 세심한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이·미용이나 제과 등 업종이 특례업종에서 빠진 기준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번 법안이 소상공인 업종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취약한 일자리를 뺏고 수입을 감소시키는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그동안 휴일근로에 대해 200%의 중복할증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민주노총은 “근로기준법 개악에 반대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도 “여야 합의안은 위법한 행정지침에 면죄부를 주는 내용”이라며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휴일노동은 연장노동에도 포함돼 중복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과도 정면 배치된다”고 비난했다. 노동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등 각종 노동현안에 반발하며 정부를 향한 비판 강도를 높임에 따라 간신히 물꼬를 튼 사회적 대화 재개 움직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관범·김윤림·정진영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