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비핵화 문제 거론 탓
이방카 출국도 운신의 폭 좁혀
남북관계 복원 논의 한정될 듯

26일 방남 이틀째를 맞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숙소에서 두문불출하는 등 향후 일정을 놓고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에게 직접 비핵화란 민감한 이슈를 거론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 일행도 이날 오전 출국해 김 통전부장의 고심이 깊어진 듯한 모습이다.

이날 오전 정부 관계자는 “김 통전부장의 향후 방남 일정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우리 측 카운터 파트나 관계 당국자 등과의 접촉이 예상되지만, 현재 양측 간 협의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전날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했던 김 통전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 일행은 현재 숙소인 서울의 한 호텔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통전부장 일행이 남은 방남 기간 중 일정에 대해 이처럼 고민하는 것은 전날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 및 미·북 대화 진전과 관련해 비핵화 문제를 거론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비핵화 문제를 거론한 이상, 향후 우리 측 당국자들과의 회담 등에서 이 문제가 재론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김 통전부장이 비핵화 이슈에 대해 논의할 ‘전권’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으로부터 부여받고 왔는지는 미지수다.

이방카 고문 일행이 이날 오전 미국으로 출국했다는 점도 김 통전부장의 향후 일정 선택지 중 하나가 줄어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 통전부장이 이끄는 이번 북한 고위급 대표단에는 대미 인사인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도 포함됐다. 이 때문에 이방카 고문과 함께 방한했던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과 최 부국장의 미·북 실무라인 접촉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이방카 고문 일행이 출국하며 이런 가능성도 사라졌다.

따라서 김 통전부장은 이날 서훈 국가정보원장 또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접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가 거론하는 의제는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남북관계 복원 논의에 한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