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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方無隅 大器晩成 大音希聲 大象無形

(대방무우 대기만성 대음희성 대상무형)

큰 네모는 모서리가 없고,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지고, 큰 음악은 소리가 없고, 큰 형상은 형태가 없다.

‘도덕경’ 41장에 나오는 구절이다. 현실의 사각형에는 모서리가 있지만, 우주적 차원으로 커진 사각형에는 모서리가 있을 수가 없다. 우주적 음악에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소리는 없을 것이고 형상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노자가 ‘대(大)’를 붙인 구절은 대부분 현상의 세계를 넘어선 도(道)의 차원을 언급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다른 세 구절은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는 심오한 철학성을 담고 있지만, 대기만성은 그냥 격언 정도로 느껴진다. 이 때문에 ‘만(晩)’은 ‘면(免)’의 오자일 것이라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었다. ‘면(免)’은 ‘무(無)’나 ‘희(希)’와 마찬가지로 부정의 뜻을 지니는데 이럴 경우 그 의미는 “큰 그릇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가 된다. 훨씬 심오하지 않은가? 1973년에는 현행본보다 훨씬 오래된 백서본(帛書本) ‘도덕경’이 발굴됐는데 과연 ‘면(免)’자로 돼 있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 후 1993년에 발굴된 더 오래된 판본인 죽간본(竹簡本)에는 ‘만(曼)’자로 돼 있는데 이는 다시 ‘만(晩)’에 가까운 의미다. 심오한 철학성을 지닌 대기면성도 좋지만 귀에 익은 격언인 대기만성도 좋다.

초반에 반짝 재주를 자랑하다 결국은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는 사람도 있고, 처음에는 별로 눈에 띄지 않지만 나중에 가서 괄목상대(刮目相對)하는 기량을 떨치는 사람도 있다. 원래 작은 그릇은 조금만 물을 부어도 금방 넘치지만 큰 그릇은 오랫동안 물을 부어야 비로소 넘친다. 큰 성취를 이루려면 끈기를 지니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성과에 매달려 기본을 소홀히 하면 그것이 발목을 잡는다. 역시 길게 바라보면서 기본을 튼튼히 하는 것이 답이다.

상명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