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친정부 인사 잇따른 연루
언급·책임표명 없이 소극 대응
부산시당 성추행도 ‘지각수습’
손한민·탁현민 등 다시 도마위

법조·문화계에서 시작돼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MeToo)’ 운동에 대해 여권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당 안팎에서 비판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의 여성비하 논란에도 침묵했던 여권의 태도가 최근 드러나고 있는 진보 진영 문화계 인사들의 성폭행·추행에도 그대로 재연되면서 “적폐청산이란 명분으로 가차 없이 칼을 휘두르다 정작 자기편 잘못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8일 성 평등 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고백을 응원하며 미투 운동을 장려했지만, 그날 이후 현재까지 고은 시인과 이윤택 연출가, 오태석 극작가 등의 성추행에 대한 폭로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내조정회의·최고위원회의 등 공식 석상에서 미투 운동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야권에선 고은 시인과 이윤택 연출가 등이 ‘친정부 인사’라는 점을 들어 여권의 침묵을 ‘내로남불’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추미애 대표가 회의 석상에서 일련의 성범죄에 대해 한마디 언급조차 없는 것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

최근 불거진 손한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청년분과위원장의 성희롱 전적에 대해서도 정부·여당은 뚜렷한 사과나 책임 표명을 하지 않았다. 또 민주당 중앙당은 부산시당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지 약 9개월이 지난 21일에서야 진상규명팀을 꾸려 수습에 나섰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은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의 삐뚤어진 성 의식에 면죄부를 주고, 손 청년분과위원장의 성추행 전력은 덮어주며 일할 기회까지 줬다”며 “정부·여당의 제 식구 감싸기가 처량하다”고 비판했다.

이후연·박효목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