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인터넷 플랫폼 시장 현황 조사’ 놓고 시끌

조사주체, 이통사 중심 ‘KAIT’
내용도 ‘불공정 사례’로 못박아

정부가 조만간 ‘인터넷 플랫폼 시장 현황 조사’에 착수할 예정인 가운데 인터넷 업계에서는 해당 조사가 포털 등의 규제 근거를 만들기 위해 길을 이미 정해 놓고 하는 ‘내비게이션 조사’라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조사 주체가 최근 차세대 사업 분야에서 인터넷 업계와 경쟁 관계에 있는 이동통신사들이 주도하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인 데다, 조사 내용 자체를 ‘불공정 행위 사례 수집’으로 못 박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KAIT는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 플랫폼 시장 현황 조사 용역업체 선정 입찰’을 공고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KAIT를 통해 위탁 조사하는 건으로 포털, SNS, 애플리케이션 장터, 전자상거래·결재 등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정부가 인터넷 플랫폼업계 전반을 조사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에 대해 인터넷 플랫폼업계에서는 조사 주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AIT는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등 최근 인터넷 업계와 차세대 사업 영역에서 겹치며 경쟁을 벌이는 이통사들이 주도하는 단체이기 때문이다. 실제 KAIT의 회장사는 SK텔레콤이 맡고 있으며, KT는 부회장, LG유플러스는 이사를 맡고 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통사들이 포털도 이통사에 준하는 정부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으로 이 같은 조사에 나서는 것은 불공정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터넷 플랫폼 시장 현황 조사라는 명목과는 달리 조사 내용에는 ‘부당한 차별 여부 등 불공정행위 사례 수집’이라고 명시돼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조사 방법 역시 사례 수집을 위한 설문·전화·면접조사 등으로 돼 있다. 업계에서 이번 조사가 사실상 인터넷 업계 규제를 전제로 한 조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역차별 논란도 여전하다.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인터넷 업계 규제가 만들어진다 해도 구글 등 해외 사업자에 대한 제재는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해외 사업자도 국내 사업자와 같은 규제를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업계의 시각은 차갑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 당국의 말과 달리 집행력이 (구글 등 해외사업자에) 담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