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자발적 개혁’ 압박에
LG·SK 지배구조 개선 계획

소액주주 참여 부족 지적에
슈퍼주총 대신 분산개최 늘고
전자투표제 도입도 두드러져

3월 주총시즌이 임박한 가운데 주요 대기업들에 기업 투명성 제고와 보완 과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경쟁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자발적 개혁’에 동참할 것을 권고하고 데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게 배경이다. 올해 주총은 이에 따라 예년보다 분산개최가 많아지고 소액주주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전자투표제 역시 늘어나는 등 변화된 양상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23일 재계와 주요 대기업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의 자발적인 소유지배구조 개선 분위기에 따라 소유구조, 내부거래, 지배구조 개선 등에 뼈대를 둔 경영 투명성 강화와 주주권리 확보 제반 시스템 도입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업들의 선제적인 변화 노력과 자발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올해 3월을 데드라인으로 내세웠다. 주총 결과, 자발적 개선안이 미흡할 경우 실태 조사 등을 토대로 올해 하반기에 강도 높은 제재와 규제 도입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흐름에 맞춰 순환출자 해소, ‘슈퍼 집중 데이’를 피한 분산 개최와 전자투표제 도입 등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미 롯데와 효성의 경우 지주회사 체제 전환, LG 등은 구조 개선 및 개선 계획을 밝혔고, SK도 전자투표제 도입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 의사를 피력했다. 현대차도 차례대로 사외이사 주주 추천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CJ그룹도 10개 상장사의 주총 분산 개최를 결정하고 CJ대한통운, CJ씨푸드 먼저 전자투표제를 시행키로 했다. 애초 3월 23일 한꺼번에 전 계열사가 주총을 하기로 했었지만 이를 피해 3월 26, 27, 28일로 나눠 열기로 했다.

결산 상장사들의 정기 주총은 그동안 통상 3월 중·하순 금요일에 한꺼번에 열렸고 이로 인해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 등 주주감시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현대백화점그룹도 6개 상장계열사 이사회에 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을 신설하고 위원을 대부분 사외이사로 꾸려 경영 투명성을 끌어 올리겠다고 밝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선진국 기업 지배구조의 흐름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국내 사회, 경제적 분위기와 궤를 같이하는 양상”이라며 “하지만 급속한 도입은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정부와 기업이 서로 완급조절과 함께 조화를 이뤄 제도를 정착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