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친구인 여중생을 추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인면수심(人面獸心) ‘어금니 아빠’ 이영학에게 사형이라는 극형(極刑)이 선고됐다. 1심이긴 하지만 죄질과 범죄 이후 행태에 비춰볼 때 합당한 판결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21일 판결문에서 “피해자 고통을 짐작하기조차 힘들다”고 밝히고, “피고인은 석방되면 더욱 잔혹하고 변태적인 범행으로 사회적 불안과 공포를 조장할 것”이라며 “절대적 종신형이 없는 상황에서 무기징역은 사형을 대체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극형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이 판결을 계기로 사형을 선고만 할 게 아니라 집행까지 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피해자 또래인 10대와 20대의 목소리가 더 높다. 관련 기사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 “선고만 하면 뭐 하나, 제발 집행하라”는 내용이었다. 포털 사이트의 ‘연령대별 많이 읽은 뉴스’ 분야에서도 한동안 10∼20대의 경우엔 1위에 올랐다. 사법 판단이 인터넷의 들끓는 여론에 휘둘려선 안 된다. 그러나 진보 진영과 일부 종교계를 중심으로 사형제가 악(惡)인 것처럼 매도돼 온 현실에 비춰볼 때 젊은 층의 이런 기류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사형제 찬반은 세계적 논쟁거리다. 현재 사형폐지국은 140개국에 이른다. 한국의 경우,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1998년) 이후 20년 동안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사형제도 폐지 특별법 제안에 동참했으며, 지난 대선 TV 토론에서도 사형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집권 기간에 사형 집행을 실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엽기적 살인 사건이 계속 일어나는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된다. 헌법재판소도 1996년 사형제 합헌 결정을 내린바 있다. 현재 미집행 사형수 61명의 사례를 보면 오인 가능성이 없는 명백한 흉악범들이다. 살인마 유영철·강호순·정남규와 총을 난사해 동료 장병 5명을 숨지게 한 임 모 병장 등이 포함돼 있다. 이영학에 대한 사형 여론 고조를 계기로 실질적 사형폐지국 지위를 재고(再考)해볼 필요가 있다.